글래머 배우인 앤젤리나 졸리는 2013년 2월에 양쪽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 사실을 그해 5월 뉴욕 타임스에 밝혀 전 세계 여성에게 충격을 줬다. 졸리는 “내 어머니는 암과 싸우다가 56세에 사망했다”면서 “난 어머니의 유전자 중 암을 유발하는 BRCA1을 물려받아 의사는 내게 유방암 발병 위험이 87%, 난소암 발병 위험이 50%라고 전했다”고 수술의 이유를 밝혔다. 수술 이후 졸리 유방암의 발병 확률은 87%에서 5%로 드라마틱하게 떨어졌다고 했다. BRCA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유방암의 가능성이 커지지만, 그 돌연변이 부분을 잘라내고 정상 DNA로 교체한다면 양쪽 유방은 무사하지 않았을까.
그게 가능하냐고? 최첨단 유전공학인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다면 가능하다. 진짜 가위처럼 생기지 않고 가위처럼 잘라내는 기능을 하는 덕분에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즉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가 ‘유전자 가위’로, 잘못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DNA를 붙이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이다. 요즘은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최장 수년씩 걸리던 것이 며칠이면 되고,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볼 수도 있다. 또 암과 에이즈, 혈우병 등 각종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고, 농작물이나 축산물의 품종개량도 용이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5일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유전체 편집기술과 인공지능 등 2건을 선정했는데, 유전체 편집기술이 바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유전공학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는 식물의 약한 유전자를 잘라내고 스스로 강한 유전자를 복원하도록 할 수 있다. 즉 인간에 해롭지 않겠느냐며 논란이 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대체할 수 있단다. 그러나 자연이 준 유전자 대신 인간이 마음대로 잘라내고 붙이고 하는 맥락은 같아서 똑같이 유해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윤리성 문제가 대두한다. 지난해 중국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원숭이의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꿨다.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정자·난자의 DNA를 바꿔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슈퍼맨 탄생도 시간문제가 아니겠나.
1998년 개봉한 SF영화 ‘가타카’가 연상된다. 인공수정으로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면 우성 DNA를 바탕으로 우주비행사 같은 선망의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자연임신으로 우성과 열성 DNA가 뒤섞인 인간은 처음부터 그 직업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출판한 SF 소설 ‘멋진 신세계’와 같은 과학결정론이 지배하는 사회도 떠오른다. 유전자 가위로 DNA 교체를 시도하는 인류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재앙일까, 축복일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그게 가능하냐고? 최첨단 유전공학인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다면 가능하다. 진짜 가위처럼 생기지 않고 가위처럼 잘라내는 기능을 하는 덕분에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 즉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가 ‘유전자 가위’로, 잘못된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DNA를 붙이는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 기술이다. 요즘은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가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로 바꾸는 데 최장 수년씩 걸리던 것이 며칠이면 되고, 여러 군데의 유전자를 동시에 손볼 수도 있다. 또 암과 에이즈, 혈우병 등 각종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고, 농작물이나 축산물의 품종개량도 용이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25일 올해 기술영향평가 대상기술로 유전체 편집기술과 인공지능 등 2건을 선정했는데, 유전체 편집기술이 바로 ‘유전자 가위’와 관련된 유전공학 기술이다.
유전자 가위는 식물의 약한 유전자를 잘라내고 스스로 강한 유전자를 복원하도록 할 수 있다. 즉 인간에 해롭지 않겠느냐며 논란이 되는 유전자 변형 농산물(GMO)을 대체할 수 있단다. 그러나 자연이 준 유전자 대신 인간이 마음대로 잘라내고 붙이고 하는 맥락은 같아서 똑같이 유해 논쟁이 일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윤리성 문제가 대두한다. 지난해 중국 과학자들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원숭이의 배아에서 특정 유전자를 바꿨다. 사람에게 적용한다면 정자·난자의 DNA를 바꿔 원하는 유전자를 가진 ‘맞춤형 아기’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슈퍼맨 탄생도 시간문제가 아니겠나.
1998년 개봉한 SF영화 ‘가타카’가 연상된다. 인공수정으로 시험관 아기로 태어나면 우성 DNA를 바탕으로 우주비행사 같은 선망의 직업을 가질 수 있지만, 자연임신으로 우성과 열성 DNA가 뒤섞인 인간은 처음부터 그 직업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영국 작가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 출판한 SF 소설 ‘멋진 신세계’와 같은 과학결정론이 지배하는 사회도 떠오른다. 유전자 가위로 DNA 교체를 시도하는 인류의 노력은 ‘장기적으로’ 재앙일까, 축복일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2015-06-01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