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지갑을 탐하다
  • [단독] 노후 금융자산 7900만원 “죽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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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금융자산 7900만원 “죽기 전까지 버텨야 한다”

    고령층은 왜 프라이빗뱅커(PB)의 말에 넘어가 부실 사모펀드나 파생상품 같은 고위험 상품에 투자했을까. 은퇴한 노후계층의 소득 구조를 살펴봐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다. 4일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60세 이상(가구주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 2026만원이었다. 전체 가구의 평균 자산(4억 3191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적다. ‘노인들은 평생 번 돈으로 부를 증식했기에 젊은 세대보다 평균적으로 돈이 많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는 수치다. 40대는 평균 자산이 4억 6967만원, 50대는 4억 9345만원으로 60대보다 많았다. 특히 금융자산만 떼어 보면 고령층의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60세 이상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은 7912만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1억 570만원)보다 2000만원 이상 적었다. 평생 모아 집 한 채는 마련했지만 현금은 자녀세대보다 적다는 얘기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지금 노인층은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 등에 번 돈을 쓰며 정작 자신의 노후 대비는 못 한 세대”라면서 “노령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제외하면 소득이 없어 얼마 안 되는 자산을 굴려 생활비라도 마련해 보려는 절
  • [단독] “눈먼 돈 물어와야 살아남아요”… PB, 그렇게 ‘펀드팔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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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먼 돈 물어와야 살아남아요”… PB, 그렇게 ‘펀드팔이’가 됐다

    “고위험 상품을 많이 팔아 지점장이 된 상사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었어요. ‘금융상품은 생물이다. 상하기 전에 빨리 팔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7년간 프라이빗뱅커(PB)로 일했던 김시영(57·가명)씨는 지점장 A씨의 음성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A씨는 “PB는 독사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회사가 팔라고 요구하는 상품이 고령 고객에게 꼭 필요한지 고민하면 “프로답지 못하다”는 질책이 떨어졌다. 은행의 기준대로라면 김 전 PB는 독사도, 프로도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상했는지 모를 ‘생선’(상품)을 고객에게 권할 순 없었다. 판매 속도전에 보폭을 맞추지 못한 그에게 조직은 ‘저성과자’ 꼬리표를 붙였다. 인사철 승진 명단에서는 번번이 이름이 빠졌다. 결국 PB직을 벗어던진 뒤 4년쯤 버티다가 지난해 퇴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 전 PB가 2019~2020년 한국 금융계를 강타한 사모펀드 사태를 피해 갈 수 있었던 건 저성과자였기 때문이다. 김 전 PB는 지난달 9일 서울신문과의 심층 인터뷰에서 “노인 고객이 주요 피해자인 사모펀드 사태는 우리나라 은행들의 판매 구조상 한 번쯤 터질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김 전 PB를 비롯
  • [노후자금 착취 리포트-늙은 지갑을 탐하다<1>] 설문·취재에 도움 주신 분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민형배·유동수·이원욱·홍성국 의원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실, 금융소비자원, 금융정의연대, 소비자시민모임, 시니어금융교육협의회, 신용회복위원회, 자본시장연구원,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한국개발연구원,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대신증권 라임자산 피해자 대책위원회, DLF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하나은행 피해자모임, NH투자증권 옵티머스 펀드사기 피해자모임 비상대책위원회, 신한금융그룹 사모펀드 피해자 연합(라임·젠투·아름드리펀드·독일 헤리티지펀드(DLS)), 한국투자 자비스 헤이스팅스 환매 대책위원회.
  • [단독] “PB 그놈이 수시로 찾아오니 믿었지”… 구순, 그렇게 5억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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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B 그놈이 수시로 찾아오니 믿었지”… 구순, 그렇게 5억 털렸다

    은행은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고객만 골라 배신했다. 수많은 투자자를 벼랑 끝으로 내몬 부실 사모펀드·파생상품 손실 사태의 잔혹함은 여기에 있다. 최근 2년간 문제 된 상품의 절반가량이 60~90대 노인들에게 팔렸다. 수십년간 한 은행과 거래해 온 단골들이다. 서울신문은 환매 중단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이탈리아건강보험채권 펀드 등 39개 상품에 가입한 30세 이상 피해자 395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0~29일 설문조사를 했다. 노인 응답자(65세 이상)는 101명이었고, 10여명은 따로 심층 인터뷰했다. 언론이 지난해와 올해 집중적으로 터진 사모펀드·파생상품 피해자 수백명에게 투자와 사고 수습 과정 등 전반을 물어 비극의 뿌리를 역추적한 건 처음이다. “그놈이 나 혼자 사는 실버타운에 수없이 찾아왔어. 절대 안전하다고 했거든. 인생 정리한다는 노인네한테 젊은 사람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권할 정도면 믿을 만한 건가 싶었지.” 유모(90)씨는 노기 어린 목소리로 자신이 가입했던 상품명을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판 ‘자비스 팝펀딩 홈쇼핑밴드 전문투자신탁 제6호’ 등 모두 4개였다. TV홈쇼핑에서 옷·화장품 등을 파는 중소기업의 재고를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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