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기술은 선진국 수준… 지질분석 없이 행해지는 토목중심 공사가 제일 문제”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기술은 선진국 수준… 지질분석 없이 행해지는 토목중심 공사가 제일 문제”

    “보이지 않는 땅속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건드리면 땅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지질 특성에 맞는 토목 공법을 골라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도시 개발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안전보다는 비용, 시간 등을 우선했기 때문이지요.” 이수곤(62)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15일 싱크홀 현상의 총체적 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기술은 우리나라도 선진국 수준”이라며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땅을 바라봐 온 관점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땅속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지질 연구를 충실히 한 뒤 공사를 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국내 토목공사의 관행을 언급했다. “미국, 영국 등은 토목 전문가들이 지질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데 우리나라는 지질을 과학으로만 취급합니다. 토목 엔지니어들이 도시개발을 주도하다 보니 그만큼 지질에 대한 이해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런 관행을 개선할 교육시스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영국 리즈대학에서 지질·토목 융합과정을 연구한 그는 “도시개발을 할 때 두 학문을 융합한 전문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일찍이 고등 교육기관들이 나서서 융합 과정을 개설해 전문가를 양성했다”며 “하지만 국내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5·끝>국내의 싱크홀 대책은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5·끝>국내의 싱크홀 대책은

    “여기에서 동공 의심 신호가 잡히네요. 정밀분석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동공(洞空·땅속 빈 공간) 사냥꾼’인 지반 탐사반이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해 고주파를 땅속으로 쏘고 돌아오는 반사파를 분석해 땅속 구멍을 찾아낸다. 한국시설안전공단 소속인 이들은 전문인력 12명과 GPR 4대 등 2개 팀이 지난 3월부터 탐사를 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3일 기준으로 지반침하 발생 의심지역으로 분류된 전국 129곳 중 112곳에 대한 탐사를 완료했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 등 10곳에서 동공을 발견했다. 이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통보돼 절반 정도는 동공을 메웠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내년 상반기까지 GPR 2대와 인력을 보강해 전국적으로 탐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싱크홀(유반침하) 발생이 급증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지반침하 예방 대책을 발표했다. 지반탐사반 운영은 물론이고 지하 공간을 개발할 때 인근 지반과 시설물의 안전성을 승인받도록 하는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발의가 핵심이다. 지하공간 통합지도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 발견된 지반침하 건수는 최근 몇 년 새 가파르게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공동은 몰라도 함몰은 예방 가능해…게릴라성 호우 등 기후변화 챙겨야”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공동은 몰라도 함몰은 예방 가능해…게릴라성 호우 등 기후변화 챙겨야”

    일본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 도시기반안전공학국제연구센터의 구와노 레이코(53) 교수는 지반 함몰 현상의 원인과 발생 과정 그리고 지하 공동(空洞)으로 인한 땅 꺼짐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을 연구해 온 대표적인 전문가다. 그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공동의 발생 자체는 예방이 불가능하지만 공동이 지반의 함몰로 번지는 일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지중 시설물들의 노후화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와노 교수는 “하수관 노후화 등 인위적인 요인으로 생긴 공동이 적절하게 관리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포착되지 못한 채 장시간 방치되면 비의도적으로 공동 크기가 커져 대규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공동이 더 커지기 전에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를 활용한 탐사로 공동을 발견해 지반 함몰을 예방하는 것은 지금의 기술로도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공동의 예방이 불가능한 이유로 구와노 교수는 “땅에 매설된 하수관이나 배수관이 파손돼 그곳에서 토사가 유출되는 일과 건물 신축 공사 과정에서 공동이 발생하는 일은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지만, 시공 과정에서 문제가 없어도 공동이 나타나는 등 원인 불명으로 생기는 일도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4>일본의 싱크홀 관리 실태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4>일본의 싱크홀 관리 실태

    지난달 25일 일본 도쿄 기타구 히가시주조 1초메(우리나라의 ‘통’에 해당)의 사거리. 새로 아스팔트를 포장한 흔적이 보였다. 때마침 인근 주민 와타나베 신야(63)가 자신의 2층 집 현관문 앞에서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새로 포장된 이유를 물었다. “9개월 전에 여기에 사각형 모양의 구멍 하나가 갑자기 생겼어. 땅이 푹 꺼진 걸 복구하는 데 8개월이 걸렸지. 매일 밤늦게까지 공사를 했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지.” 와타나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난 1월 18일 이곳에는 가로세로 각각 3m, 깊이 5m 크기의 도로 함몰이 발생했다. 하수관 손상으로 땅속에 발생한 지름 2.6m 크기의 공동(空洞)이 함몰 원인이었다. 와타나베는 “이 동네에서 태어나 60여년 동안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면서 “지진도 모자라 이제는 땅속 낡은 하수관까지 말썽을 일으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 지반 함몰 문제는 또 하나의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일본에서는 해마다 약 4000건의 지반 함몰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은 1980년대. 일본 고도 성장의 출발점인 1950~1960년대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美, 도심형 싱크홀은 상하수도관 정비…자연발생형은 보험 해결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 선셋파크 5번가와 64번가 교차로. ‘횡단보도 폐쇄’라고 적힌 팻말 너머로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는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평온했던 곳.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전날 밤까지 멀쩡했던 길이 밑으로 큼직하게 뚫렸는데 불안하죠. 처음에는 매캐한 가스 냄새가 진동해서 가스관이 붕괴된 줄 알았어요.”(에드윈 마르티네스·15) 올 8월 4일 이곳에서는 지름 6m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수십 년간 지하 6m 깊이의 황토빛 흙에 파묻혔던 거대한 상수도관이 하루아침에 민낯을 드러냈다. 예고 없이 생긴 싱크홀이었다. 원인 조사와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욕시 환경보호과와 용역 계약을 맺은 공사업체 관계자는 “12m를 더 굴착해 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정확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매설된 지 100년도 더 된 관로의 노후화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최근 발생한 도로 함몰들은 대부분 이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교차로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었다. 도로가 통제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땅 면적이 남한의 98배에 이르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2> 홍콩의 산사태 방재 시스템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2> 홍콩의 산사태 방재 시스템

    지난 7일 태풍 ‘무지개’가 홍콩 남서쪽 해안을 스쳐 지나갔다. 두 시간 새 50㎜가 넘는 비가 홍콩 시궁구 지역에 집중됐다. 다음날 홍콩의 산사태 전담기관인 GEO(Geotechnical Engineering Office)는 총 3건의 산사태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시궁구를 가로지르는 팍탐로에는 125㎥가 넘는 토사물이 흘러들었다. 나머지 두 건의 산사태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서 발생했다. 타이몽차이 마을에 있는 가옥으로 각각 150㎥, 3㎥가량의 흙과 암석이 유입됐다. 세계적인 산사태 방재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홍콩에서 하룻밤 사이 3건의 산사태가 일어났지만, 이 3건의 상황 보고는 GEO의 진가를 보여주는 근거였다. “GEO의 목적은 모든 산사태를 막는 것이 아닙니다. 홍콩에서 일어나는 산사태를 감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죠. 미미한 산사태까지도 더 큰 상황으로 이어질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조셉 리 책임엔지니어의 말처럼 GEO는 발생지역,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산사태를 파악하고 있다. 홍콩에서 산사태는 숙명적인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홍콩은 서울의 약 2배에 해당하는 1104㎢의 면적을 가졌지만 60% 이상이 산악지형으로 구성돼 있어 건물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한국은 우면산 사태 겪고도 통합관리 안돼

    2011년 7월 27일 서울 우면산과 춘천 천전리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각각 18명,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사태 원인으로 집중호우가 꼽혔다. 당시 우면산에는 600㎜의 폭우가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이어졌다. 연평균 강수량의 40%에 이르는 엄청난 양이다. 춘천에서도 사고가 일어난 새벽까지 260㎜의 많은 비가 내렸다. 비가 산사태의 직접 원인이라고 해도 피해만큼은 충분히 줄일 수 있었다. 두 산사태 모두 ‘전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면산의 경우는 사고가 일어나기 1년 전인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의 영향으로 신동아아파트, 덕우암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 대한 보수작업만 있었을 뿐 우면산 전체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원인보고서는 “2010년 토석류 발생지역에 대한 보수작업이 시행됐으나 완료되지 않았고, 2011년 이 지역 일대에서 다시 피해가 발생했다”고 적고 있다. 춘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면산과 춘천의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산사태 방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져 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형 참사를 겪은 후인 2012년에야 산림청에 산사태방지과라는 전담부서가 생겨났다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서울시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보다   광범위한 지반조사 먼저 해야 마땅”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서울시 노후 상하수도관 교체보다 광범위한 지반조사 먼저 해야 마땅”

    “도시의 설계와 건축에 있어 지질에 대한 정보는 필수입니다. 정부와 건설업자들이 무엇보다 우선해 지질 연구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질과 관련한 규제가 지나치게 완화된 데는 이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저의 잘못도 큽니다.” 마틴 커쇼 영국 버밍엄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노팅엄의 한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싱크홀 현상이 잇따르는 것은 지질학자들이 충분히 경고하지 못한 탓”이라고 자책했다. 커쇼 명예교수는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국지질연구소 등에서 40여년간 연구를 해 온 석학이다. “영국과 같은 도시개발과 계획의 전통이 깊은 곳마저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도시 개발 시 지질조사에 대한 의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건 잘못된 정책입니다.” 커쇼 명예교수는 자신이 만약 서울에 온다면 “싱크홀이 대거 발견된 곳부터 지질 연구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질 조사 대상을 점차 확대해 다양한 땅속 지도를 만들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배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땅속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지오 해저드’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과학자와 정부의 정보 공유와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도 마찬가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사람 잡는 싱크홀 찾아라” 고주파 X선 땅속을 훑다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사람 잡는 싱크홀 찾아라” 고주파 X선 땅속을 훑다

    “400년간 한성백제의 수도였던 송파구 일대를 샅샅이 훑으며 땅속의 위험 지도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것인데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조선시대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 제작에 비견할 수 있을 겁니다.”(윤진성 서울시 도로포장연구센터 주무관) ●버스에 16개 지표투과레이더 탑재 지난 23일 오후 기자가 동승한 25인승 특수 미니버스가 시속 20㎞ 속도로 서울 송파구 석촌동 백제고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시범 운용을 시작한 국내 유일의 동공(洞空·땅속 빈 공간) 탐사차다. 버스 안에 16개의 지표투과레이더(GPR) 장치와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지하 위험 공간인 동공을 탐지해 낸다. 전국적으로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자주 발생함에 따라 서울시가 취한 특단의 조치다. 지난해부터 송파구 잠실 일대를 중심으로 싱크홀 현상이 이어지면서 현재 서울시 관련 부서에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반사파 분석해 동공 여부 즉시 확인 탐사팀은 동공의 존재가 예상되는 서울 동남부의 도로들을 최근 한 달여 동안 쉬지 않고 훑고 다녔다. 마음은 급하지만 작업은 만만찮다. 탐사 과정 자체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규명해 낸 도로가 총연장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도시개발 전 지질 조사’ 英 40년 넘어… 韓은 올 7월에야 입법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서 배운다] ‘도시개발 전 지질 조사’ 英 40년 넘어… 韓은 올 7월에야 입법

    지난해 8월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서 폭 2.5m, 깊이 5m, 길이 8m의 싱크홀이 발견됐다. 서울시는 민간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팀을 꾸렸고 분석에 착수했다. 그로부터 8일 후 놀랄 만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깊이 4~5m, 길이 80m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이 발견됐다. 이후 5개의 동공이 더 발견됐다. 만약 차가 운행 중인 상태에서 그대로 무너졌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시는 해당 싱크홀의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터널 공사를 지목했다. 시공이 완료된 터널 바로 위를 따라 동공이 연속해서 나타나는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시는 이 지대가 충적층(모래)으로 이뤄져 터널 공사 때 동공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지만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현장 조치를 부실하게 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터널 공사 시 인근 지반 조건을 고려해 충적층 등 연약지반에 대해선 사전 시추 조사와 지반 보강을 해야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한 도시 계획과 토목 공사가 싱크홀 공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국내 싱크홀의 주요 원인을 노후된 상하수도관의 누수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질을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게 배운다] 韓 지하철 공사·노후 하수관로 등 80% ‘인위적 싱크홀’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게 배운다] 韓 지하철 공사·노후 하수관로 등 80% ‘인위적 싱크홀’

    ‘싱크홀’이란 석회암이나 암염 등 용해성 암반이 물에 녹아 지하에 빈 공간이 만들어졌다가 지반 물질이 무너져 내려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땅 꺼짐 현상은 이런 사전적 의미의 싱크홀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발생한 땅 꺼짐 현상 10건 중 8건은 지하철 공사 등으로 인한 인위적 성격의 구멍이었다. 싱크홀 전문가들은 이를 싱크홀보다 넓은 개념을 포괄하는 ‘지반침하’로 부른다. 25일 국민안전처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올 7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36건 가운데 조사가 끝난 33건 중 16건(48.5%)은 상하수도관 누수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상수도관이 원인 모를 이유로 파손되면 물이 밖으로 새면서 흙이 함께 쓸려 내려가고,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기면서 땅이 꺼지게 된다. 반면 하수도관이 파손되면 흙이 하수도관으로 쓸려 들어와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긴다. 동공의 발생 과정은 다르지만 지반이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하수도관이 파열될 경우 모두 지하에 구멍이 생기는 셈이다. 서울시는 전체 하수관로 1만 392㎞ 가운데 30.5%(3173㎞)가 50년 이상 노후된 하수관로이며 최근 발생한 싱크홀과 관련이 깊
  •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게 배운다] 英 지질 물에 약해 48% ‘자연적 싱크홀’… 지질DB 구축·연구

    [‘땅의 재난’ 관리 선진국에게 배운다] 英 지질 물에 약해 48% ‘자연적 싱크홀’… 지질DB 구축·연구

    ‘싱크홀’(지반침하) 현상이 최근 몇 년간 급증했다. 2012년 1건, 2013년 5건이던 국내 싱크홀 발생 건수(국민안전처 통계)는 지난해 13건으로 늘더니 올 들어서는 7월까지 15건으로 폭증했다. 발생 자체가 잦아진 것도 이유지만, 사람들의 신고가 늘어난 점도 한몫했다. 그만큼 멀쩡한 땅이 갑자기 꺼지는 데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민감도가 높아진 것이다. 싱크홀은 원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질현상을 뜻하는 용어였다. 하지만 국내 싱크홀의 80%가량은 난개발이나 부실공사 등 인위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싱크홀에 더해 폭우 한 번에 산이 꺼지며 주택과 도로를 덮쳤던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지오 해저드’(Geohazard)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서울신문은 ‘땅의 재난’으로 통하는 지오 해저드의 국내외 실태를 연재한다. 지오 해저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영국·미국·일본·홍콩에 대한 현지 취재와 국내 실태 및 대응 분석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1 이달 1일 오전 1시쯤 영국 동남부 세인트올번스의 주택가에서 지름 20m, 깊이 10m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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