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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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김관영의 두 번째 亂

    2월의 마지막 날이자 금요일이던 지난달 28일 퇴근길 서울 광화문 시청역 4번 출구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국프레스센터 앞 전광판 뉴스를 보고 가던 걸음을 멈췄다. ‘전북, 서울 제치고 2036 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지 선정’ 시민들은 전북이 서울을 이겼다는 소식에도 놀랐지만 표 차이가 49표 대 11표로 일방적이었다는 점에서 또 한 번 놀랐다. 당일 각 언론사 아침 회의에서 ‘서울이 전북을 큰 표 차로 이긴다’, ‘저녁 6시 넘어 결과가 나오는데 서울이 이긴 것으로 기사를 써 놓겠다’고 보고한 기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의 향후 올림픽 유치 전략’ 같은 제목으로 출고 준비를 해 놨던 기사들은 그대로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필자 역시 ‘서울 올림픽 유치 도전’을 예상하고 썼던 그간의 기사들이 생각나 무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른 한편으로 떠오른 것은 벌써 10년 전 일인 ‘김관영의 난(亂)’이었다. 2014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추진한 가업상속공제 확대 법안이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올라왔는데,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이었던 김관영 현 전북지사의 5분 반대토론으로 극적으로 부결된 것. 야당 의원의 호소로 여당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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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경제도 생물이다

    흔히 정치를 생물에 비유한다. 살아 움직이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생물처럼 정치적 결정도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든 바뀔 수 있단 뜻이다. ‘정치는 생물이다’란 표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중화했다. 제5공화국 비리 청산 움직임이 한창이던 1988년 11월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은 집권 여당인 민주정의당 윤길중 대표를 만나 5공 청산 협조를 부탁한 사실을 인정하며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고 했다. 정치적 목표 달성을 위해 정적과도 타협할 수 있다는 정치의 본질을 보여 준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치는 생물’이란 표현은 소신 없는 철새 정치인이나 명분 없는 정치 배신자들의 방패막이로 전락했다. 갑자기 당적을 옮기거나, 서로 비난하다가 갑자기 한배를 탔을 때 ‘정치는 생물이지 않은가’란 말 한마디면 다 해결됐다. 양보와 타협이란 정치적 유연성을 의미했던 ‘생물’이 원칙 없는 말 바꾸기나 거짓말을 향한 비난을 회피하는 레토릭이 된 것이다. 최근에는 정치보다 경제가 더 생물같이 느껴지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하는 경제를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처럼 만든 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2월부터 멕시코·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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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트럼프 폭풍, 탄핵 소용돌이부터 걷어내야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으로 탄핵 정국까지 휘몰아친 한국. 어느 쪽이 더 위험한가, 겨우내 자꾸만 가늠해 보게 됐다. 동맹국에도 파괴적 언행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은 더 과감해졌다. 분명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텐데 관세를 무기로 존재감을 마구 드러내는가 하면, 종전 협상을 위해 마주한 타국 정상에게 “당신에겐 카드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면박을 주는 등 아침마다 마주하는 위협이 상당하다. ‘대행의 대행’ 상황에서 그래도 두어 달은 간신히 국제사회에 정상 작동하는 국가의 모양새를 보인 듯했다. 워싱턴DC가 무대는 아니었지만 한미 외교장관회담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갖고 정부는 ‘북한 비핵화’ 등 미 정부의 대북정책에 반영됐으면 하는 원칙들을 공식 발표에 담아냈다. 새 정부에서도 변함없을 미국의 철통같은 안보 공약도 이어 갔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상대가 없는 한국을 직접 타깃으로 삼진 않으니 “차라리 패싱이 전략”이라며 잠시 숨죽일 수도 있었다. 미국에 대응하기 위해 뭉치는 유럽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이달 초 폴란드와 프랑스를 공식 방문하고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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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최상목 대행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만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결론이 곧 날 걸로 보여 굳이 본인이 총대를 메는 것에 주저하는 것 같다.” 최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잘 아는 인사와 만나 마 후보자 불임명에 대해 물었더니 이렇게 분위기를 전했다. 정통 관료 출신인 최 대행이 어느덧 정치인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무원 마인드’였다면 헌재의 결정이 났음에도 이런 정치적 셈법은 하지 않았을 터이다. 지난달 27일 헌재가 마 후보자 불임명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지 2주가 지났다. 그럼에도 최 대행은 정중동이다. 사실 최 대행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 한 가지뿐이다. 단심제인 헌재의 결정은 불복할 수 없다. 서울대 법대 출신인 최 대행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최 대행은 헌재 결정 직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 헌재의 선고문을 잘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헌재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결정문은 총 29페이지. 최 대행이 국정운영에 바빴다고 하더라도 ‘살펴볼’ 시간은 충분했다. 최 대행이 시간을 끌면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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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패러디와 조롱 사이

    좀처럼 웃을 일이 없는 요즘, 전 국민에게 웃음 보따리를 안겨 주는 연예인이 있다. 바로 개그우먼 이수지다. 지난달 그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1편과 2편의 조회수는 도합 1300만회를 넘기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상에서 이수지는 네 살 아이 ‘제이미’의 교육에 열을 올리는 극성 학부모로 등장한다. 아이의 학원 순례를 위해 차에서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수행 평가를 위해 제기차기 과외까지 시킨다. 자녀의 원어민 선생님과 어설픈 영어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평범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영재라면서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 영상은 ‘7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나치게 사교육에 매달리는 일부 학부모들을 풍자한 것이다. 초등학교 취학 전의 어린아이들을 학원에 밀어넣고 공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과잉 경쟁에 내몰린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 준다. 일각에서는 일상의 일부분을 과장해서 보여 줌으로써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거울 치료’ 효과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웃음만 줄 것 같던 이 영상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일부 네티즌이 특정 지역 학부모들을 거론하며 혐오를 조장하는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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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북한에 트럼프 호텔이 생긴다면

    북한 해변에 호텔을 세우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면 그와 가장 잘 맞는 한국 지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닌가 싶다. 두 사람은 부동산 개발과 건설업이란 비슷한 분야에서 일하다 대통령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미사일 발사대가 있는 북한 원산에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며 콘도를 지어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이 전 대통령은 광화문 서울신문사 야외 주차장에 “뭐라도 지으라”고 했다. ‘불도저 시장’은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고작 자동차 십여대가 서 있는 걸 지나치지 않았다. 현재는 주차장에 잔디를 깔고 시민 공유공간인 ‘서울마당’으로 쓰고 있다. 지난달 2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벌인 설전은 한국 국민에게 ‘노딜’로 끝났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떠올리게 한다. 두 정상회담은 여러 공통점이 있는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 의지가 없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진정한 비핵화 의지가 없었다. ‘노딜’로 끝난 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요구는 비슷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재침공하지 않는 안보 보장을, 김 위원장은 제재 완화를 통한 정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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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1949년 미국 공군 엔지니어로 차세대 음속기를 개발 중이었던 에드워드 머피 대위는 “잘못될 수 있는 일은 결국 잘못되기 마련”이라는 내용의 ‘머피의 법칙’을 주장했다. 버터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지거나,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든지 하는 것이다. 노래 가사처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말이다. 기대감은 쉽게 실망으로 바뀌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으니 세상을 산다는 것은 놀라움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2023년 하반기 ‘과학계 카르텔’ 발언으로 시작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광풍을 보면서,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과학 선진국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가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많은 연구자가 과학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도 당선 확정 직후 트럼프 1기 집권(2017~2021) 시기에 보인 반과학적 수사와 행동이 앞으로 4년 동안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을 했다. ‘사이언스’는 새해를 맞아 “2025년에 가장 크게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며

    [세종로의 아침]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읽어 봤다.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중대한 위법 행위는 아니라고 봤다. 헌재가 직무 복귀 결정을 내리자 언론은 ‘교묘한 절충’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대성’은 이후 탄핵심판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됐다. 헌재는 ‘헌법 수호 의지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을 결정의 핵심 사유로 들었다. 헌법과 법률 위배 행위가 재임 기간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이유였다. 당시 언론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에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헌재의 지난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은 결론을 두고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최소한 공정성을 의심받는 일은 없었다. 헌재를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의 의도와 무관하게, 헌재는 사회 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은 ‘한국정치와 헌법재판’에서 “헌재는 갈등을 최종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해 사회 통합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일 그러지 아니한 경우에는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국민이 승복할 수 있는 종국적인 사회 통합, 나아가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한국 정치가 체육에서 배워야 할 것

    [세종로의 아침] 한국 정치가 체육에서 배워야 할 것

    지난달 14일 오후 6시 15분,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1시간가량 개표와 검표를 마치고 당선인 발표를 위해 퇴장했던 후보들을 다시 단상 위로 불렀을 때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모두 6명이었지만 진행자의 부름에 모습을 드러낸 이는 기호 3번 유승민(전 대한탁구협회장), 기호 6번 강신욱(단국대 명예교수) 후보뿐이었다. 단상에 유 후보가 등장하자 취재기자석 좌측에 운집한 무리에서 일순간 “이겼다”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유 후보를 지지하는 체육인과 선거캠프 일행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 속에도 3연임을 자신했던 이기흥 후보 등 경쟁자 대부분은 개표 직후 낙선 결과를 전해 듣고 곧바로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낙선에도 남아 당선자를 축하해 준 이는 강 후보가 유일했다. 8년이나 대한민국 ‘체육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이 후보는 물론 대한민국 체육계를 이끌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던 인사들이 선거라는 승부에서 승자를 축하하고 격려하지 않는 모습이 씁쓸했다. 체육회장 선거를 전후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언더독’(약체 후보)으로 평가됐던 유 후보를 자주 만났다. 고백하자면 기자 또한 유 후보의 도전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왜 음모를 꾸미는 건 항상 ‘그들’일까

    [세종로의 아침] 왜 음모를 꾸미는 건 항상 ‘그들’일까

    미국 중앙정보국(CIA) 서울지국장과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도널드 그레그가 쓴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는 그가 1990년 광주를 방문해 시민대표들과 만나 “5·18에 너무 대처가 늦었던 것에 사과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은 그레그는 물론 한미 관계에서도 매우 특별한 장면인 건 틀림없지만, 다른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미국이 광주학살을 방조했다’ 혹은 ‘미국이 쿠데타 주동세력의 배후’라는 비판이 거셌다. 그레그를 만난 시민대표들 역시 미국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미국은 인공위성으로 한국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실 이는 당시 일반적인 정서와 맞닿아 있다. 1980년대 시대인식을 반영하는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도 주인공 김범우는 미국이 한반도에 있는 전봇대 숫자까지 다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현대사 연구가 진척되면서 알게 된 진실은 완전히 정반대다. 미국은 한반도의 역사와 사회 상황 어느 것도 ‘쥐뿔도 모른 채’ 38선 이남을 점령했다. 그레그를 만난 시민단체나 김범우는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가진 공통된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음모의 주체는 언제나 ‘그들’이고, 그들은 언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동해선 개통은 완결 아닌 시작

    [세종로의 아침] 동해선 개통은 완결 아닌 시작

    경기 파주의 서쪽 끝자락, 교하·운정신도시에 사는 이들은 요즘 기적 같은 순간을 맛보고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부분 개통됐기 때문이다. 시속 180㎞를 오르내리는 이 ‘질주 열차’를 타면 교하·운정신도시에서 서울역까지 22분이면 닿는다. 교하나 운정지구 내 어느 곳에 사는 주민이든 집을 나와 서울 강북의 중심지까지 가는 데 한 시간이면 족하다. 정시성과 신속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거다. 서울의 베드타운이면서도 오로지 노선버스 하나만 보고 살았던 시골 주민들로서는 정말 쾌재를 부를 일이다. 그렇다고 언필칭 신도시라면서 여태 교통 여건 개선에 눈을 질끈 감았던 정부의 무신경에 대한 울화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꽤 누그러지긴 한 듯하다. 며칠 전엔 또 한 번 기적 같은 즐거움을 맛봤다. 서울 사람인 양 느긋하게 GTX를 타고 서울역에 가서 KTX로 갈아탄 뒤 강원 강릉을 거쳐 경북 울진까지 다녀온 거다. 국토의 등줄기를 잇는 동해선 철길이 올해 첫날부터 완전 개통된 덕이다. 마을버스, 광역버스, 경의·중앙선, 택시 등 온갖 대중교통 수단을 총동원해야 했던 종전과 확연히 다르다. 파주의 두메에 사는 이들에게 이제 출퇴근 외에 여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이기흥과 ‘무신정권’의 몰락

    [세종로의 아침] 이기흥과 ‘무신정권’의 몰락

    ‘체육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대한체육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이기흥 회장은 검찰과도 악연이 깊다. 2005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의 수사를 받고 기소됐던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이, 2심에서 징역 4년에 추징금 62억 2000만원이 선고됐다. 궁지에 몰린 이 회장에게 기회가 온 것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회장의 혐의 중 일부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다. 결국 형이 확정된 지 6일 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없었던 일이 됐다. 두 번째 검찰과의 악연은 2016년 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다시 나서면서다. 당시 특수1부는 대한수영연맹 비리 수사를 하면서 수영연맹 회장이었던 이 회장을 겨냥했다. 정부 체육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이 회장을 목표로 한 수사라는 해석이 나왔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까지 겸임하며 종교계에서도 활동 반경을 넓혔던 이 회장의 정치권 인맥을 겨냥한 수사라는 말이 파다했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뒷돈이 오갔다는 의혹으로 수영연맹 전무와 홍보이사 등이 구속되고 수영연맹은 관리단체로 지정까지 됐다. 그런데도 이 회장은 용케 법적 처벌을 받지 않고 살아났고 체육회장 선거에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런 이 회장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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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매서운 트럼프 2.0 시대, 시간이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한 이후 지난 3주간 세계는 연일 폭탄 발언을 쏟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관세 전쟁’을 재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는 8년 전인 1기 때와 다르다. 일찌감치 대중국 강경파로 진용을 갖췄고 취임 12일 만인 지난 1일 관세 인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 달 유예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대중국 관세는 전격 인상했고, 철강·알루미늄 등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 등으로 전선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성장률이 둔화된 중국은 관세 전쟁을 무역전쟁을 넘어선 첨단 기술과 안보 지정학적 생존의 문제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중국은 여차하면 미국 국채 매각과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휘두를 수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8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60%, 정제된 희토류 공급량은 90%를 차지하고 있다. 관세 전쟁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만은 않은 이유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트럼프 시대에 들어 조선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吳 시장의 우군들

    [세종로의 아침] 吳 시장의 우군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의 A구청장은 자신을 오세훈 서울시장의 ‘참모’라고 자임한다. 오 시장과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조언할 것은 조언하고 필요할 때는 구청 행사에도 초청한다는 것이다. 선거 때야 민주당 소속으로 뛰지만 구청장이 되고부터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중앙당도, 중앙정부도 아닌 서울시일 수밖에 없다. A구청장은 “시 정무직들에게는 진짜 강북의 발전이 무엇인지, 진짜 균형발전이 무엇인지를 만날 때마다 설명한다”고도 했다. 탄핵 정국만 보면 나라 전체가 두 동강이 난 것 같지만, 사실 여의도 정치에서 눈을 돌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오 시장과 서울시구청장협의회의 간담회를 가 보라. 여의도식 이분법으로 보면 국민의힘 구청장들만 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민주당 소속 구청장들도 바쁜 시간을 쪼개 오 시장, 시 간부들과 얼굴을 마주한다. 고성과 상스러운 폭언이 난무하는 국회와 비교하면 지금 오 시장과 기초단체장들은 점잖은 ‘양반’에 가깝다. 지자체가 원래 그런 게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명색이 광역단체장이라고 해도 모두 오 시장만큼 위신을 세워 주는 것은 아니다. 남경필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와 기초단체의 회의 때 당시 민주당 소속의 한 기초단체장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게임 체인저’의 조건

    [세종로의 아침] ‘게임 체인저’의 조건

    ‘게임 체인저’란 기존 판도를 바꾸는 혁신적 인물이나 제품, 아이디어, 기술 등을 일컫는다. 단순히 틀을 깨는 데 그치지 않고 모두가 이견 없이 흐름에 올라탈 정도로 대중성을 갖춰야 비로소 그 지위를 얻는다.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진보하면 새 게임 체인저가 등장한다. 그리고 기존 게임 체인저는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축구 황제’ 펠레,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라는 축구계 전설이 있었기에 그들의 영향을 받고 자란 리오넬 메시가 현대 축구 게임 체인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메시는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상인 ‘발롱도르’를 무려 8회 수상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스마트폰을 인류 필수품으로 만든 애플 아이폰도 게임 체인저로 손색이 없다. 2007년 1월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휴대전화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정보통신 강국을 자부하던 한국엔 충격이 상당했다. “한국 소비자에겐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애써 아이폰을 폄훼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거대한 물결을 거스르진 못했다. 아이폰을 대세로 만든 건 기능보단 편의성이었다. 버튼 조작이 아닌 직관적인 터치스크린을 도입한 것이 주효했다. 모바일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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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대한민국이 왜 이런 길을 피할 수 없었다고 보시는지요?” 지난 6일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뉴욕타임스 기자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적인 전복세력이 있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는데, 왜 북한, 러시아, 중국의 독재자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였느냐”는 물음이었다. 이에 조 장관은 ‘우리 사회의 특수한 정치 문화’를 언급, 야당으로부터 계엄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화될 수 없는, 헌법과 국민을 무시한 이해 못 할 처사다. 그러나 “수많은 갈등과 우여곡절을 겪어 온 한국 민주주의 역사”란 조 장관의 말엔 많은 것이 함축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굉장히 빠르게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사이 감춰진 극단의 분열과 갈등의 정치가 한계에 다다라 폭발해 버렸다’는 지적은 꽤 와닿았다. 조 장관은 이어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극복하고 화합과 통합, 치유의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루가 다르게 몰아치는 초유의 상황들 속에서 벌써 한 달이 다 돼 가는 이 장면이 아릿하게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한국을 바라보는 외부의 적나라한 시선이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2030의 법원 습격,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세종로의 아침] 2030의 법원 습격,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사법부를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권분립 개념을 제시한 몽테스키외의 저서 ‘법의 정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재판을 하는 권한이 입법부, 행정부와 분리돼 있지 않으면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법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는 권력자가 심판을 내리는 역할까지 하게 되면 압제자의 힘을 갖는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사법부를 별도로 독립시키고 모든 분쟁을 매조지는 권한을 부여하는 대신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책무를 맡겼다. 지난 19일 서울서부지법 습격 사태는 민주주의 보루가 유린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판사를 살해하겠다’거나 ‘헌법재판소에 불을 지르겠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우리 사회 법과 질서가 큰 위기에 처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법원 습격이 정당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도 심각함을 더한다. 법원에 난입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밀치고 청사를 부수면서 “국민 저항권이다”라고 소리쳤다. 법원 습격을 자유민주항쟁이라고 떠받드는 글이 온라인상에서 돌고 있다. 법원 습격으로 체포된 시위대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는 건 시사하는 바가 많다. 여러 원인이 거론되지만 기득권층과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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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팬덤은 힘이 세다

    지난 10일 ‘가황’ 나훈아 은퇴 공연이 열린 올림픽공원 KSPO돔은 그의 마지막 무대를 보러 온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그동안 수많은 콘서트를 취재했지만 이번처럼 빈 자리 하나 없이 객석이 빼곡히 들어찬 경우는 처음이었다. 공연을 기다리면서 인근 카페에서 옆자리에 앉은 관객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70대 여성 관객 두 명은 나훈아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치 소녀 팬처럼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들이 풀어놓은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20대 때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던 시절, 월급을 모아 회사 매점에서 파는 공연 티켓을 구매하고 나훈아 리사이틀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여름 땡볕 아래서 몇 시간씩 앉아 기다렸다는 이들은 요즘 K팝 팬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70~80년대 원조 ‘오빠부대’인 나훈아와 조용필 팬덤의 자녀인 X세대는 K팝의 원형을 만든 서태지 팬덤으로 이어졌고 또 그들의 자녀 세대는 글로벌 K팝 팬덤을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나훈아 팬덤이 오늘날 한국 가요를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K팝 팬덤을 탄생시킨 셈이다. 오늘날의 K팝은 팬덤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팬덤은 같은 취향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때로는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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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로의 아침] 걷다 보면 보이는 ‘초고령사회’

    얼마 전부터 운전 대신 될 수 있는 대로 걸으면서 사회 변화를 보게 된다. 여전히 추운 1월 평일 낮 아파트 주변을 지나다 보면 운동을 하는지 일을 보러 나왔는지 목도리에 장갑·마스크 등을 낀 노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은 학교나 학원에 있고, 직장인은 근무시간이니 당연하다고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지만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대도시가 이 정도인데 중소도시나 농촌 상황은 더 심각할 것이다. 지난달 23일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선 것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주민등록인구(5122만 1286명) 중 65세 이상 노인이 1024만 4550명으로 정확하게 20%를 차지했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전망이 앞당겨졌다. 더 큰 문제는 빠른 속도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08년 10%에서 16년 만에 20%를 넘어섰다. 2017년 8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뒤 7년 4개월 만에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은 물론 초고령사회 진입에 10년이 걸린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는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 낮은 출산율과 의료 수준 향상
  • thumbnail - [세종로의 아침] ‘로씨야’서 쓴 북한군의 편지

    [세종로의 아침] ‘로씨야’서 쓴 북한군의 편지

    그동안 다양한 취재 현장에서 여러 북한 사람을 만났다.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만난 북한 주민들은 당시 유행하던 노란 염색 머리와 고궁의 전망을 가리는 고층빌딩을 비판했다. 그들은 염색을 미 제국주의에 물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문화재 경관을 훼손하는 마천루에 관한 부정적 의견은 남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자격지심이라고 여겼다. 중국에서 만난 북한 기자는 평양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와 지내던 딸이 대학 입시에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북한에선 해외 근무를 하면 자녀 가운데 한 명을 ‘볼모’ 성격으로 자국에 남겨 둬야 한다. 자녀의 성취는 남북 가릴 것 없이 자랑거리인가 싶어 진심으로 축하했다. 서울에서 인터뷰한 탈북인은 자본주의에 적응한 듯 보였다. 유튜브 방송을 하는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조언했다. 러시아의 쿠르스크 수복 작전에 투입된 북한군은 지금까지 접한 북한 사람 가운데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한다. 러시아 죄수들이 싸우던 타국의 전쟁터에서 젊은 병사들이 포탄과 지뢰, 드론에 희생되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 종전 협상에서 ‘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점령한 지역이다. 현재 서울시와 비슷한 50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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