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단·취재진 등 수백명…인공기 계양 땐 몇몇 눈물
북한 선수단의 강릉선수촌 입촌식은 다른 나라와 확 달랐다.북한 선수단 단원들이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8일 강릉선수촌 입촌식 도중 우리 자원봉사자들과 한데 어울려 강강술래 춤을 추고 있다.
강릉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강릉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우리 취재진이 입촌식 직전에 입장한 북측 취재진을 카메라로 찍자 몇몇은 “기자가 왜 기자를 취재하냐”, “따라오지 말라”고 외치며 불쾌한 기색을 표출했다.
인공기 게양은 자원봉사자가 맡았다. 다른 참가국 국기 게양은 우리 국군 의장대의 몫이지만 북한 국기에 대해 예의를 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게양할 때와 마찬가지로 인공기를 내릴 때 역시 자원봉사자가 나섰다. 입촌식 시작과 함께 선수단이 입장할 때도 외국인 자원봉사자가 인공기를 들고 행진했다. 인공기가 게양될 때 취주악단 중 몇몇은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북한은 직접 축하 공연을 준비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행사 끝 무렵 취주악단이 대열을 정비하더니 ‘반갑습니다’를 시작으로 ‘아리랑’, ‘풍년가’, ‘바다의 노래’, ‘옹헤야’, ‘쾌지나칭칭나네’, ‘청춘송가’를 차례로 연주했다. 앞서 강릉선수촌 측에서 준비한 힙합 공연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 선수들은 박수를 치거나 손을 흔들면서 노래를 즐겼다. 공연 막판에는 손을 맞잡고 둥글게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며 흥겨움을 표출했다.
북측 기자단이 영상 촬영을 하려 하자 올림픽방송시스템(OBS) 관계자가 제지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방송용 카메라를 사용하려면 허가 스티커를 부착해야 하는데 전날 방남한 북측 기자단은 아직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OBS 관계자와 북측 기자단 사이의 실랑이가 한참 이어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중간에서 조율해 결국 촬영을 허가했다.
입촌식을 끝낸 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은 “우리 인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만들어 낸 오늘 공연이 잘 됐다고 본다. 하나 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으냐”고 말했다. 북한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선수 22명과 임원 24명 등 모두 46명을 보냈다.
강릉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2018-02-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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