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대회 출전 취소 못 하는 전인지

아파도 대회 출전 취소 못 하는 전인지

입력 2015-11-03 07:37
수정 2015-11-0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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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 쉬라’는 진단에도 ADT캡스 출전 강행”중도 기권하더라도 대회는 나가겠다”

올해 한국 골프 최고 인기 스타로 떠오른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오는 6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ADT캡스챔피언십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지난 25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무국에 전달했다.

너무 피로가 쌓여 도저히 대회에 출전할 몸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전인지는 지난 1일 서울경제·문영퀸즈파크 레이디스 클래식 3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백스윙이 안될 만큼 왼쪽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2일 병원에서 검사 결과 극상견 염증과 견관절 충돌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2년 전과 1년 전에도 아팠던 부위다. 피로가 쌓이면 나타나는 일종의 고질병이다.

의사는 2∼3주가량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전인지는 ADT캡스챔피언십 불참 의사를 접었다. 중도에 기권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대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도 모를 만큼 아픈 몸을 이끌고 전인지가 대회장인 부산으로 향하는 까닭은 전인지를 빼고는 모두가 전인지의 출전을 원하기 때문이다.

KLPGA 투어는 미리 선수들에게 출전 신청을 반년 또는 한달 단위로 받는다. 대개 선수들은 모든 대회에 다 출전 신청을 해놓고 사정이 생기면 참가 철회 신청을 내면 된다.

대회 참가 철회는 2주 전에는 신청해야 하지만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꼭 지켜야 하는 규정은 아니다. 대회 하루 전에도 참가 철회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전인지 같은 인기 스타 선수는 이런 대회 참가 철회가 쉽지 않다.

대회 준비를 인기 스타 선수 위주로 하기 때문에 불참하면 대회가 맥이 빠진다. ADT캡스챔피언십 역시 대회 홍보를 전인지가 출전한다는 전제 아래 진행했다.

프로암 파트너도 다 짜놨다. 대회 타이틀스폰서 ADT캡스의 본사인 미국 ADT 고위 임원들이 전인지와 프로암을 치르려고 한국에 올 예정이다.

전인지가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고 하자 ADT캡스 측은 아연실색한 게 당연하다.

전인지의 마음을 바꾸려고 발벗고 나선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전인지 측에 대한 원망과 함께 ‘꾀병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내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는 전인지가 국내 대회에 더는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에 대회 출전 약속을 가볍게 여기고 쉽게, 자주 어긴다는 ‘음해성’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전인지 측은 ‘꾀병은 절대 아니다’라며 펄쩍 뛴다. 대회 출전 약속을 쉽게 어긴다는 데 대햐서는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전인지의 부친 전종진 씨는 “2013년 신인왕 경쟁이 한창일 때도 어깨가 아파서 남은 대회 출전을 포기했었다”면서 “선수 생활을 한두 해 하다 관둘 게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금왕은 확정했지만 대회마다 주는 포인트로 수상자를 정하는 KLPGA 대상을 못 받는 것도 감수한다는 뜻이다. 대상 포인트에서는 전인지가 1위지만 남은 2개 대회에 나가지 못하면 역전 가능성이 크다.

전인지 매니지먼트사 브라이트퓨처스 관계자는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다른 선수와 달리 경기가 없는 월요일과 화요일에도 거의 쉬지 못한 게 치명적”이라면서 “너무 피로가 누적되다 보니 아픈 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대회를 열어주는 타이틀스폰서의 눈치도 봐야 하고 회원인 선수들의 처지도 보살펴야 하는 KLPGA투어는 지난달 25일 접수된 전인지의 대회 참가 철회 신청을 처리하지 않고 놔뒀다.

철회 신청을 승인해버리면 전인지의 불참이 기정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김남진 KLPGA 사무국장은 “몸이 아픈 선수를 억지로 출전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도 “인기 스타가 출전하지 않으면 대회가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전인지는 대회 철회 신청을 거둬들였다. 타이틀스폰서와 KLPGA투어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플레이는 어렵다. 연습도 전혀 못한 채 출전한다.

전인지의 ADT캡스챔피언십 출전 철회 신청, 그리고 출전 철회 신청의 철회를 놓고 KLPGA투어가 양적 성장만큼 질적 내실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수가 뜨면 대회뿐 아니라 강요에 가까운 각종 행사 참석 요청으로 선수의 체력과 집중력을 고갈시키는 폐단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선수 역시 많이 늘어난 국내 대회에 미국, 일본까지 오가면서 대회를 출전하는 일정을 주도면밀하게 관리하는 선진 선수 관리가 요긴하다.

익명을 요구한 골프 관계자는 “특정 선수 한명에 대회 성패를 의존하는 구태도 문제이고 선수도 이제는 치밀한 일정 관리가 필요해졌다”면서 “투어와 골프 관련 산업이 선수의 수명을 오래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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