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탈 때도 마스크”…구내식당·음식 배달로 점심 해결
회색빛 도시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인 25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N타워에서 바라본 시내가 미세먼지로 뿌옇다. 2019.2.25
연합뉴스
연합뉴스
25일 오후 2시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94㎍/㎥로 ‘나쁨’ 수준을 보였다. 초미세먼지(PM-2.5) 농도 역시 70㎍/㎥로 ‘나쁨’ 수준이다.
포근한 날씨에 두꺼운 패딩 대신 봄 코트를 입는 등 시민들의 옷차림은 가벼웠지만, 얼굴에는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두꺼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많았다.
서울 송파구의 주택단지 인근에서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를 타러 나온 김 모(53) 씨는 “날씨가 따뜻해서 운동하기 위해 외출했다”면서 “미세먼지가 안 좋다고 해서 마스크를 안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봄이 오면 나가서 놀고 싶고 자연을 느끼고 싶은데 마스크를 써도 불안해서 바깥에 오래 있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1호선 도봉역 인근에서 과일을 파는 노점상인 이 모(65) 씨는 한눈에 봐도 두꺼운 방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이씨는 “건강도 안 좋은데 미세먼지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면서 “손님이 평소보다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자전거를 타고 학원에 다녀왔다는 장 모(18) 군은 “마스크를 쓰면 안경에 자꾸 김이 서려 시야를 가린다”면서도 “자전거 타면서 미세먼지를 다 마시는 것보다는 (김이 서리면) 안경을 닦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했다.
서울대 졸업식을 하루 앞두고 졸업사진을 미리 찍는 학생들 역시 미세먼지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졸업사진을 찍는 이 모(25) 씨는 “사진을 잘 찍으려고 화장을 했는데 마스크 때문에 화장이 자꾸 번진다”며 “날씨는 따뜻해서 좋은데 미세먼지 때문에 목까지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대 캠퍼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교통정리를 하는 청원경찰 김 모(49) 씨는 “밖에 오래 있다가 집에 가면 목이랑 눈이 따갑다”며 “미세먼지 심한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마스크를 쓴 채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송 모(26) 씨는 “원래는 캠퍼스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가 심해 카페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점심을 구내식당이나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서울대 학생회관 학생식당은 방학 중인데도 점심시간 학생들로 가득 찼다. 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식판을 든 채 식당 내부를 돌고 있었다.
서울의 한 사립대 대학원생인 김 모(24) 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콧물도 나고 목이 따가워서 점심시간에 멀리 나가고 싶지 않다”며 “요즘에는 교수님들도 점심을 배달해 먹자고 해서 보통 연구실 사람들과 함께 건물 안에서 밥을 먹는다”고 이야기했다.
도서관 매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한 대학생 정 모(21) 씨는 “축농증이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면 더 심해진다”며 “학생식당까지 나가는 것도 꺼려져 매점에서 점심을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대학원생 조 모(27) 씨는 “지인들과 피자 배달을 시켜 학교 휴게실에서 먹었다”며 “이런 날에는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적더라도 밖에 안 나가고 안에서 먹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회사에 다니는 김 모(27) 씨는 “굳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 미세먼지까지 마시고 싶지 않다”며 “구내식당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늘처럼 공기 질이 안 좋은 날은 회사 주변 식당가에 사람이 줄고 구내식당 대기 줄이 길어지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