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 넷 휩쓴 세계 최강 활 ‘윈엔윈’
폭염과 함께 8월을 뜨겁게 달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끝났다. 목표로 세운 3회 연속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순위 10위 이내)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금메달 9개, 종합순위 8위로 선전했다. 특히 양궁 대표팀은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최강 한국 양궁의 위상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리우올림픽에서는 경이적인 성적을 거둔 한국 양궁 선수들 못지않게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사용한 한국산 활도 주목할 만하다. 시상대에 오른 20명의 메달리스트 중 9명이 ‘메이드 인 코리아’ 한국산 활을 사용해 1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궁 경기를 유심히 봤다면 여러 나라 선수들이 손에 든 활에 찍힌 윈엔윈(WIN&WIN)과 위아위스(WIAWIS) 로고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국내 스포츠장비 전문기업인 윈엔윈㈜ 제품이다. 장혜진, 기보배, 최미선, 구본찬 선수가 이 활로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양궁 꿈나무 김성은(수원 송정초 6학년) 선수가 매서운 눈빛으로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김 선수는 이달 중순 열린 28회 회장기 초등학교 양궁대회에서 윈엔윈 활을 사용해 여자 개인전 3위를 차지했다. 김 선수와 과녁을 2회 다중노출로 촬영했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낸 박경래 대표가 1993년 설립한 윈엔윈은 현재 세계 양궁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다. 국내외 정상급 선수의 절반 이상이 사용할 만큼 양궁계에서는 명품활로 알려져 있다. 리우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16강에서 장혜진 선수와 맞붙었던 강은주 등 북한 선수들도 쓸 만큼 인기가 높다.
경기 안성에 있는 윈엔윈은 전 직원이 400여명밖에 되지 않는 중소기업이지만 전문성과 기술력만큼은 최고로 인정받는 강소기업이다. 박 대표를 포함해 11명의 양궁선수 출신이 경영에서부터 생산, 영업 등 전 분야에 두루 포진해 선수생활을 통해 체득한 경험과 전문 지식을 활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카본 소재에 나무, 플라스틱 폼 등 다양한 소재를 겹쳐 만든 여러 종류의 활 날개 단면들.
윈엔윈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초고속 카메라와 스피드건 등이 결합된 슈팅기를 이용해 활을 쏠 때 정확도에 영향을 미치는 날개의 비틀림을 측정하고 있다.
경기 안성 본사 공장에서 한 직원이 자체 개발한 장비로 선수용 활에 쓰이는 카본 날개의 중심축을 잡고 있다.
디자인실에서 한 직원이 활의 핸들 부분을 디자인하고 있다.
박경래(오른쪽) 대표와 한 직원이 리우올림픽에서 윈엔윈 활을 사용한 북한 강은주 선수 관련 서울신문 인터넷기사를 보며 웃음 짓고 있다.
●‘야마하’ 잡고 日시장 접수… 점유율 55%로 美호이트에 앞서
미국 호이트와 일본 야마하가 양분했던 양궁장비 산업에서 윈엔윈은 기술력을 무기로 1위 자리에 올라섰다. 2001년 일본에 진출한 윈엔윈이 단시간 내에 시장을 장악하자 야마하가 양궁장비 사업을 접고 공장을 윈엔윈에 매각한 일화는 유명하다. 지금은 호이트와 세계 양궁장비 시장을 두고 자웅을 다투고 있다. 고가의 선수용 활시장에서는 약 55대45의 점유율로 호이트사에 우위를 점하고 있고, 아마추어와 어린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중저가 제품은 세계시장을 제패했다.
1999년 세계선수권에서 우리 대표 선수단 두 명만이 사용했던 무명활에서 현재는 세계 정상급 선수의 절반 이상이 사용하는 명품활로 성공했지만 윈엔윈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국제 무대에 선 모든 궁사의 손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새겨진 활이 들릴 때까지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글 사진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2016-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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