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얼쑤’ 신명이 있다, 전통을 잇다… 더위는 잊다

[포토 다큐] ‘얼쑤’ 신명이 있다, 전통을 잇다… 더위는 잊다

이종원 기자
입력 2016-06-26 17:10
수정 2016-06-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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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들썩~! 무형문화재 전수학교를 가다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의 격전이 일어났던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남 통영의 이순신공원. 초여름의 성급한 무더위 속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흥겨운 전통악기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익히고 있다. 국립무형유산원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무형문화재 전수학교’에 지정된 충무초등학교 풍물반 학생들의 통영오광대(統營五廣大) 야외수업이다. 경남지역에만 전승되고 있는 민속가면극인 국가무형문화재 제6호인 통영오광대는 계급차별이 심했던 조선후기, 양반의 횡포에 대한 울분을 해학과 풍자로 극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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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모리 빠른 장단 맞춰 턱까불 탈 쓰고 양반 희롱 경남 대표춤 ‘통영오광대’
자진모리 빠른 장단 맞춰 턱까불 탈 쓰고 양반 희롱 경남 대표춤 ‘통영오광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남 통영 이순신공원에서 충무초등학교 풍물반 어린이들이 국가무형문화재 제6호 통영오광대 이강용 전수조교에게 오광대 기본동작을 진지한 표정으로 배우고 있다.
“양손을 머리 뒤로 넘기고 이렇게~” 이강용 전수조교가 ‘고개잡이’의 시범을 보인다. 첫 마당인 ‘문둥이춤’의 몸짓을 익히는 아이들의 이마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빠른 장단인 자진모리를 따라가는 발걸음이 바쁘고, 호흡이 가빠져도 자리를 뜨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여기저기서 중심을 못 잡고 휘청거리거나 쓰러지는 모습에 웃음보가 터졌다. 유민주 어린이는 “탈춤에서 양반을 희롱하는 내용이 재밌다”며 턱까불 탈을 벗으며 웃는다.

지난해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신청을 한 이태수 교장은 “오광대는 춤과 음악, 대사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로 아이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예술적 기량 향상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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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탈 쓰고 구령 맞춰 뛰고 서로 포효의 춤사위 함경도 ‘북청사자놀음’
사자 탈 쓰고 구령 맞춰 뛰고 서로 포효의 춤사위 함경도 ‘북청사자놀음’ 어린이에게는 힘든 시원시원한 사자춤 동작을 경기도 산의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금방 선생님 동작을 따라 능숙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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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모양 두건 두르고 경쾌하게 때론 유연하게 함경도 특유 ‘넋두리 춤’
토끼 모양 두건 두르고 경쾌하게 때론 유연하게 함경도 특유 ‘넋두리 춤’ 선생님 소리와 동작에 맞춰 산의초등학교 어린이가 어깨 춤사위를 들썩이며 북청사자놀음 넋두리춤 흥을 배우고 있다.
함경도 실향민들이 서울에서 보존회를 만들면서 그 명맥을 이어온 ‘북청사자(北靑獅子)놀음’(국가무형문화재 제15호)은 현재 지속적인 전수교육을 통해 복원을 꾀하고 있다. 지난 14일 북청사자놀음보존회의 이수자들이 수원시 산의초등학교를 찾았다. 2마당 9과장으로 구성된 사자놀음 중에서 제8과장 넋두리 춤과 제9과장 사자춤을 가르치는 시간이다. 토끼모양의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추는 넋두리 춤은 함경도 특유의 활발한 춤이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손목과 어깨를 적당하게~” 시범을 보이는 전혜란 이수자의 몸동작이 유연하면서도 경쾌하다. 원을 만들어 한 사람씩 번갈아 들어가 춤을 추는 것으로 춤사위를 마무리한다. 이어지는 사자춤 시간. 세 명씩 조를 이룬 아이들에게 직접 사자탈을 쓰게 했다. “사자 뒤채는 앞채가 엎드렸을 때 왼손을 앞채의 허리에, 앞채가 일어섰을 때 왼손을 앞채의 어깨에~” 오수용 이수자의 구령에 맞춰 아이들은 몸과 다리를 놀린다. 어설프지만 두 마리의 사자가 뛰고 서고 포효하고 춤을 춘다.

현재 북청사자놀음은 북한 지역이 연고이기 때문에 후원할 지방자치 단체가 없다. 천산 북청사자놀음보존회 사무국장은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며 “많은 학교가 무형문화재전수학교 신청을 해서 널리 계승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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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옷·호탕한 탈에 한삼자락 훠이 내던지면 악귀 도망가는 ‘처용무’
오방색 옷·호탕한 탈에 한삼자락 훠이 내던지면 악귀 도망가는 ‘처용무’ 힘 있는 동작과 아름다운 춤사위 선이 조화를 이뤄야 하는 까다로운 처용무를 국립국악고등학교 학생들이 땀을 흘리며 연습 중이다.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학생들.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학생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학생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학생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처용무 설명을 듣고 있는 국악고등학교 학생들
처용무 설명을 듣고 있는 국악고등학교 학생들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형문화재 전수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무용가 인남순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處容舞)의 전수조교다. 무형문화재전수학교로 지정된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처용무를 교육하고 있다. 그는 “설화에서 출발하여 궁중 무용으로 변화를 거듭한 처용무는 악귀를 몰아내고 평온을 기원하는 벽사진경(?邪進慶)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탕한 모습의 ‘처용탈’을 쓰고 오방색(五方色) 옷을 입은 학생들의 소매에 매달린 흰색 한삼 자락이 느린 음률을 타고 천천히 공중에 치솟았다 땅으로 떨어진다. 절제되고 수려한 몸놀림엔 힘이 넘친다.

무형문화재전수학교는 눈높이에 맞춘 체험교육을 통해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고, 전통문화를 전승. 보전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치헌 한국문화재재단 문화교육팀장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체험적 교육이 아닌 최소 20회 이상의 내실 있는 강좌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문화가 단순히 계승해야 하는 차원을 넘어 삶의 가치로 되살아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의 삶을 담아온 그릇이며,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자화상이다. 문화재전수학교를 통한 새싹들이 앞으로 문화강국을 이끌어 나갈 꿈나무로 자라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사진 통영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6-06-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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