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잼 사이언스] 2억분의 1 확률 뚫고… 축하합니다, 난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핵잼 사이언스] 2억분의 1 확률 뚫고… 축하합니다, 난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입력 2017-12-02 03:41
수정 2017-12-02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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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진 “난자도 우수한 개체 선택”

당신은 최대 2억분의1 확률을 뚫고 태어난 존재다. 난자를 향해 헤엄치는 1억~2억 마리의 정자 중 약한 정자들은 질의 산성 물질과 대식세포에 의해 죽고 강한 정자만이 여정을 이어 간다. 그중 먼저 도착한 정자들이 난구세포라는 장애물을 극복하지만 에너지가 고갈돼 이들 역시 죽고 만다. 그러면 그다음으로 도착한 정자들 중 우수한 정자가 난자와 결합해 수정란이 된다는 게 지금까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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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r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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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난자 역시 자신에게 도달한 정자들 중 우수한 개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즉 난자는 기존 생각보다 수동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태평양북서부국립연구소(PNRI) 연구진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여성의 난자는 가장 건강할 가능성이 큰 가장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수정 시 생식세포의 조합은 우연히 균등한 기회를 가지고 이뤄진다는 멘델의 법칙을 부정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조지프 네이도 박사는 난자가 기존 이론보다 생식 과정에서 어떻게 능동적인 참여자가 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수정 과정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게 아니며 어떤 난자와 정자가 분명하게 짝을 이루는 관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네이도 박사는 연구의 일부분으로 고환암 발병률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를 제거하지 않고 복제한 변이 유전자와 정상 유전자를 지닌 암컷 쥐들과 모든 유전자가 정상인 수컷 쥐들과 번식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들 쥐의 자손들은 멘델의 법칙에 따라 변이 유전자가 무작위로 유전됐다.

하지만 모든 유전자가 정상인 암컷 쥐들과 암을 유발하는 변이 유전자를 지닌 수컷 쥐들을 번식하게 한 두 번째 실험에서는 자손의 27%만이 변이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손의 75%에서 변이 유전자가 나타나리라고 예상했던 것보다 확연히 적은 것으로, 난자가 좋은 유전자를 지닌 정자를 선택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유전학회(GSA)가 발행하는 학술지 ‘유전학’(GENETICS) 최근호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2017-12-0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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