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제주도 소나무를 지켜라…올레길 재선충병 방제 현장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제주도 소나무를 지켜라…올레길 재선충병 방제 현장

입력 2014-03-10 00:00
수정 2014-03-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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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 쓰러진 20m 아름드리

따스한 햇살을 만끽하며 걷기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대한민국 걷기 여행의 열풍이 일기 시작한 것은 바로 제주다. 올봄에도 많은 이들이 ‘올레’라고 부르는 제주도 걷기여행길을 찾고 있다. 올레길 어느 코스를 걷든 바닷바람과 어우러진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어서다. 이처럼 제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올레길이 지금 ‘소나무 고사(枯死)길’이 되어 가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병(材線蟲病)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제주도 전체에 있는 소나무 100만 그루 가운데 절반가량이 말라죽어 가고 있다. 재선충병으로 시름하고 있는 섬 전체가 방제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 현장에 긴급 투입된 산림조합임업기능인영림단의 전문 인력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된 소나무는 솔수염하늘소가 부화하기 전인 4월 전까지 방제작업을 끝내야 한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 현장에 긴급 투입된 산림조합임업기능인영림단의 전문 인력들이 방제작업을 하고 있다.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된 소나무는 솔수염하늘소가 부화하기 전인 4월 전까지 방제작업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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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벌목작업을 마친 고사목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나무들은 파쇄처리 후 우드칩의 형태로 열병합발전소에 보내진다.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벌목작업을 마친 고사목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나무들은 파쇄처리 후 우드칩의 형태로 열병합발전소에 보내진다.


채 1㎜도 되지 않는 소나무 재선충병에 공격당한 제주도 전역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제주시 애월읍의 한 고사목 제거 현장은 기계톱 돌아가는 소음으로 귀청이 얼얼했다. 20m가 훌쩍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지끈’ 굉음을 내며 쓰러지자 작업자들은 익숙한 듯 다른 고사목을 찾아 재빨리 이동했다. 이날만 40그루가 넘는 소나무를 베어냈다는 한 벌목공은 “한마디로 전쟁입니다, 전쟁. 아무리 베어도 끝이 없어요”라며 작업을 서둘렀다. 고내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광령천 양 옆으로 벌겋게 말라죽은 소나무들이 즐비했다. 하천변에 쓰러진 고사목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육지와 달리 제주도는 사실상 섬 전역이 피해 지역이다. 제주도 영주십경(瀛州十景)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산방굴사(山房窟寺).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 온 절 앞의 소나무도 재선충병을 피해가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대대적인 고사목 방제작업이 이뤄졌던 산방산 허리 아래에는 발목이 잘린 소나무들이 징검다리처럼 열을 맞춘 듯 빼곡하게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잘려나간 나무들의 빈자리로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뿌연 잿빛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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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오등동 집하장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에 대한 소각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시 오등동 집하장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에 대한 소각처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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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방제작업이 이뤄졌던 제주시 애월읍 남읍리의 소나무 군락지에 밑둥부터 잘린 소나무들이 징검다리처럼 열 맞춘 듯 빼곡하게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고사목 방제작업이 이뤄졌던 제주시 애월읍 남읍리의 소나무 군락지에 밑둥부터 잘린 소나무들이 징검다리처럼 열 맞춘 듯 빼곡하게 하얀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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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돼 말라 버린 소나무의 잎이 단풍처럼 빨갛다.
소나무 재선충병에 감염돼 말라 버린 소나무의 잎이 단풍처럼 빨갛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제주도에서 피해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자 지자체 등과 함께 ‘재선충병과의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사 소나무를 그대로 놔둘 경우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25개 지역조합의 임업기능인영림단을 긴급 투입해 본격적으로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노두성 산림조합중앙회 산림경영부장은 “재선충병은 솔수염하늘소의 몸에 기생하는 재선충의 감염에 의해 소나무가 말라죽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되면 100% 말라 죽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며, 솔수염하늘소가 부화하기 전인 4월 전까지는 무조건 방제작업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제작업이 가능한 기능 인력과 장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고사목의 제거 방법은 훈증처리와 파쇄처리 등 크게 두 가지다. 훈증은 진입로가 좁고 산 위에 있는 감염목에 대해 시행하는 방법이다. 파쇄는 큰 도로 주변이나 대형 트럭의 접근이 용이한 지역에 있는 감염목을 대상으로 한다.
재선충병 예방주사를 맞고 있는 소나무.
재선충병 예방주사를 맞고 있는 소나무.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한천저류지에는 파쇄처리를 거친 톱밥들이 산처럼 높이 쌓였다. 고사목을 우드칩의 형태로 열병합발전소로 보내기 위해서다. 베어낸 소나무를 실어내 잘게 자른 뒤 압착해 덩어리로 만든다. 나중에 장작처럼 사용한다. 산림조합중앙회 산림경영부 이강주 과장은 “기계 분쇄기에 넣고 1.5㎝ 크기로 으깨면 재선충이나 솔수염하늘소 애벌레가 죽어 감염 전파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벌목한 고사목을 땔감으로 쓰기 위해 함부로 가져가면 처벌을 받는다. 위반 시 최고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무단이동으로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재선충병 안전지대였던 제주는 2004년 처음 재선충병이 관찰돼 긴급 방제작업을 벌였다. 이후 거의 사라지는 듯 했으나 2012년부터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고사한 소나무가 눈에 띄게 늘어났고, 지난해부터 전 지역으로 확산됐다. 소나무 숲(1만 6284㏊)이 제주 전체 산림면적(8만 8874㏊)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데다 주민 생활권 깊숙한 곳까지 소나무가 자리 잡은 탓이다.

오형욱 서귀포시산림조합 지도상무는 “조합이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귀중한 산림자원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며 “겨레의 나무인 소나무를 반드시 지켜 건강한 산림을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우리 민족의 심성을 빼닮은 소나무를 살려내는 데 온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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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일대에서 산림조합 금산조합원들이 오름 피해목 제거 작업으로 훈증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고내봉 일대에서 산림조합 금산조합원들이 오름 피해목 제거 작업으로 훈증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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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서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고사목들을 벌목후 절단 한 후 톱밥이나 연료용 펠렛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파쇄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서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된 고사목들을 벌목후 절단 한 후 톱밥이나 연료용 펠렛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파쇄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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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소나무들이 벌목 후 절단된 뒤 파쇄처리를 하기 전에 산처럼 높이 쌓였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소나무들이 벌목 후 절단된 뒤 파쇄처리를 하기 전에 산처럼 높이 쌓였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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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 현장에 긴급 투입된 산림조합의 전국 25개 조합의 전문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일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 방제 현장에 긴급 투입된 산림조합의 전국 25개 조합의 전문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방제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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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소나무들이 벌목 후 절단된 후 파쇄처리를 하기 전에 산처럼 높이 쌓였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아라동 한천저류지에 임시로 마련된 재선충방제 소나무집하장에 소나무재선충에 감염되어 고사한 소나무들이 벌목 후 절단된 후 파쇄처리를 하기 전에 산처럼 높이 쌓였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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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연동교차로 일대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현장에서 피해목에 대한 벌목작업을 마친 후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연동교차로 일대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현장에서 피해목에 대한 벌목작업을 마친 후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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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연동교차로 일대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현장에서 피해목에 대한 벌목작업을 한 후 나무의 껍질을 벗겨 혹시 잠재해 있을지도 모를 재선충에 대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연동교차로 일대의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 현장에서 피해목에 대한 벌목작업을 한 후 나무의 껍질을 벗겨 혹시 잠재해 있을지도 모를 재선충에 대한 제거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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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제주시 용강도 집하장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에 대한 소각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8일 제주시 용강도 집하장에서 소나무 재선충병 고사목에 대한 소각처리를 하고 있다.
제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4-03-1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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