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하게 챙겨주는 우리 동네 보건소 종합병원 안 부럽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요즈음 감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건소들마다 독감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보건소를 예전의 낙후한 시설에 간단한 채혈검사나 독감 접종 등을 하는 곳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 보건소는 예방접종은 기본이고 건강검진 및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의료·건강 프로그램을 앞세워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서울 강동구보건소 옥상에서 주민들이 운동처방사의 관리를 받아가며 체력단련을 하고 있다. 보건소는 주민들이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건강도 챙기고 휴식도 취할 수 있도록 옥상에 자전거와 러닝머신, 마사지기계 등 다양한 운동시설들을 갖춰 놓았다.
서울 성북구보건소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홀몸 노인 등 의료소외계층들에게 가정방문 진료서비스사업을 펼치고 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서길복 (56·종로구)씨는 지난주 종로구보건소에서 단돈 5000원으로 20여개 항목에 걸친 검사를 받았다. 체위검사, 흉부방사선촬영,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토대로 전문의들에게 진료도 받았다. 서씨는 “회사생활을 할 때 매년 받던 건강검진 못지않다”며 만족해했다. 각 지자체 보건소들은 경쟁적으로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꾸고, 고가의 의료 장비로 프리미엄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깨끗하고 세련된 내부에 산모들을 위한 수유실, 그리고 치료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간까지 각종 편의시설을 갖춰 놓았다. 심전도 측정기나 초음파 진료기 등의 장비는 물론이고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에 따라 첨단장비를 갖춘 곳도 많아 웬만한 종합병원 부럽지 않다.
아픈 사람을 진료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예방차원의 보건업무도 많다. 중구보건소에서는 비만클리닉, 금연클리닉, 당뇨클리닉, 급성 전염병관리 등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홍세연(52·중구)씨는 매주 토요일 집 근처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에 다니고 있다. 한 달 만에 체중이 5㎏이나 빠진 홍씨는 “체계적인 프로그램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살을 뺄 수 있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의 노인은 보건소의 모든 진료가 무료다.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진료를 하는 곳도 여럿 생겨났다. 바쁜 직장인을 위해 야간진료와 토요 진료도 확대되는 추세다. 뜸 치료를 받기위해 강동구보건소를 찾은 박길자(78) 할머니는 “친절하고 예쁜 한의사 선생님이 친딸처럼 말벗도 되어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신체활동을 위해 서울 성북구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찾아가는 어린이 건강교실’ (서울 석관초등학교).
치과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장애인 전용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서초구 보건소.
서울 종로구보건소의 한방과는 침과 뜸은 물론 부황치료까지 받을 수 있어서 주민들에 게 인기가 높다.
서울 종로구보건소 금연클리닉센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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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보건소 장애인 전용 치과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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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보건소 옥상 건강증진센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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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보건소 옥상 건강증진센터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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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운전면허 적성검사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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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보건소 방문 어린이 영양교실 (석관초등학교)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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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보건소 건강검진센터에서 실시하는 운동부하검사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은 다양하다. 치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프로그램 뿐 아니라 건강 예방과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부위·방식에 따라 다른 살빼기 강의를 내놓는가 하면, 조부모가 부모를 대신해 아이를 키우는 세태에 맞춰 할머니·할아버지를 위한 육아교실을 계획하는 곳도 있다. 임산부 교육은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베이비마사지, 태아 두뇌발달을 위한 독서 태교, 신생아 제대관리, 임산부 성교육 등을 다채롭게 실시 중이다.
변화한 보건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지난해 말 통계청이 실시한 의료기관 만족도 조사에서 보건소 의료서비스가 만족도 64.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2위인 종합병원 만족도 53%보다 11%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이향숙 중구보건소 의약과장은 “지역병원들이 보건소와 연계해 진료활동을 하거나 무료봉사와 강의를 하는 곳도 있어 앞으로 주민들의 보건소 이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보건소가 저비용 고품질로 주민들의 건강종합복지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건강한 행복도시를 앞당기는 전령으로, 보건소의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 사진 jongwon@seoul.co.kr
2013-10-2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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