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공연 사진. 레드앤블루 제공
여러 연극·뮤지컬 작품에서 묘사되는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함께 등장해 소수자로서 겪는 처지를 보여주는 게 많은 탓이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와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기존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게 소수자인 이들이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2인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3인극이고 각각 남성, 여성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차이가 있지만 동성 연인이 나누는 대화와 감정에 집중하는 공통점을 보인다. 이들을 서러운 약자로 만드는 다른 이성애자 무리가 등장하지 않는 두 작품은 ‘게이’와 ‘레즈비언’이라는 사회적 명칭이 아닌 각자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공연 사진. 레드앤블루 제공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안의 작은 감방에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몰리나와 반정부주의자인 발렌틴이 함께 갇힌다. 몰리나는 감옥 생활의 따분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렌틴에게 영화 이야기를 해주지만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을 최고의 이상으로 여기는 발렌틴은 소극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몰리나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몰리나는 정부가 부여한 비밀 임무가 있지만 발렌틴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본인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 이런 몰리나에게 발렌틴 역시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몰리나가 꺼내는 영화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사실 그리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 이 작품의 특별함이 있다. 보통의 인격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보통의 연인들과 다르지 않은 대화를 주고받고 애틋한 감정을 나누는 모습은 이들이 별난 존재가 아님을 보여준다. “짧은 꿈이었지만 행복했어”라는 대사는 그래서 더 애틋하게 와닿으며 관객들에게 진한 위로와 감동을 준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콘셉트 사진. 국립정동극장 제공
2000년생인 재은과 은경은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사이다. 작품은 두 사람의 평생에 걸쳐 진행된 사건들을 시간을 바꿔 이리저리 오가며 보여준다.
생의 다양한 순간을 오가는 만큼 두 사람 사이의 풍성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여서 가능한 폭넓게 오가는 감정의 궤적들이 관객들에게 동성 연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확장을 선사한다. 자연스럽게 친구였던 사이가 어느새 자연스럽게 연인이 되고 언젠가 자연스럽게 헤어지는 과정은 동성 커플도 보통의 부부와 마찬가지로 같은 꿈을 꾸며 같은 마음으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에서 따온 제목대로 작품은 명백한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으로 명명되지 못한 현실에 대해 들여다보고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다. 때론 이상을 그리고 때론 현실을 직면하며 물결치는 삶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곁에 머무는 사람들의 일상을 담백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연극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콘셉트 사진. 국립정동극장 제공
두 작품 다 오는 31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거미여인의 키스’는 대학로 예그린씨어터,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는 국립정동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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