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후유증 앓는 영국… 아일랜드만 무역 흑자 수혜[글로벌 인사이트]

브렉시트 후유증 앓는 영국… 아일랜드만 무역 흑자 수혜[글로벌 인사이트]

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입력 2023-11-14 00:05
수정 2023-11-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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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달라진 英·아일랜드 경제

영국 통관 지연으로 불만 증폭
기업들, 아일랜드 항구로 우회
로스레어항 운송량 5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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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일랜드와 영국의 관계를 오랫동안 식민 지배를 받으며 독립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일본에 비유하곤 한다. 하지만 1937년 독립한 아일랜드는 영국의 경제 수준을 뛰어넘어 한일 관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아일랜드가 10만 3176달러(약 1억 3500만원)였고 영국은 절반 수준인 4만 5775달러였다.

2020년 1월 31일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단행하면서 아일랜드섬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로 나뉘게 됐다.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 시민이 아닌 아일랜드 거주자가 국경을 넘어 북아일랜드로 가려면 전자여행허가(ETA)를 발급받아야 한다. 합법적으로 아일랜드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이 북아일랜드로 짧은 쇼핑 여행을 하려면 ETA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고통받고 있지만, 아일랜드는 호황을 누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일랜드 남동쪽 로스레어 항구의 운송량이 브렉시트 이후 5배 늘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아일랜드와 유럽 대륙을 잇는 가장 싸고 빠른 길은 영국을 거쳐 도버해협을 통과하는 것이었지만 브렉시트 이후 세관 검사 등으로 시간이 지체되면서 비용과 불확실성이 증가하자 기업들은 영국을 우회하게 됐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앞둔 2019년만 해도 프랑스 노르망디항에서 아일랜드로 오는 대형 화물 트럭은 3만 5000대 수준이었지만 지난 2년간은 평균 9만 6000대가 운행됐다. 로스레어 항구 관리자는 “영국을 통과하는 육로는 끊어졌고 우리가 브렉시트 효과의 수혜자”라며 “아일랜드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올해 신년호에서 영국인의 3분의2가 EU 재가입에 대한 국민투표를 지지한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인들은 경제, 자국의 세계적 영향력, 국경 통제 능력이 모두 악화했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브렉시트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답한 비율도 54%였는데, 이는 브렉시트 1주년 기념일이었던 지난해 응답(46%)보다 증가한 수치다. 브렉시트 찬성론자였던 조지 유스티스 전 영국 환경부 장관 역시 “너무 적은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줬다”고 말했다.

반면 아일랜드의 사이먼 코브니 기업통상고용부 장관은 브렉시트에 대해 “힘들었지만 아일랜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영국은 불이익을 자초했고, 아일랜드의 무역 흑자는 기대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2023-11-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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