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독살 VX 말레이제조 불가능에 무게…외교행낭반입 가능성

김정남독살 VX 말레이제조 불가능에 무게…외교행낭반입 가능성

입력 2017-02-28 09:46
수정 2017-02-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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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당국, 北 외교행낭 통한 마약·위폐 반출입 전력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독살에 사용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의 출처를 두고 현지제조설과 외국반입설이 엇갈리고 있다.

말레이 경찰은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수사하고 있으나, 차츰 북한 외교행낭 반입설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대량살상용 화학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VX를 취급하려면 특수시설이 필요한데 북한 용의자들이 임대한 콘도 등에선 해당 시설을 설치할 수 없을 뿐더러 외부로 VX가스가 새어 나갈 수 있어 제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사건 직후 출국한 북한국적 용의자들의 콘도에서도 VX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범인들이 국제 이동이 철저하게 금지된 VX를 외교행낭 등 특수 경로를 통해 들여왔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28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경찰은 지난 23일 쿠알라룸푸르 시내의 해당 콘도를 수색해 다수의 화학물질 샘플을 확보해 분석을 의뢰했으나, 여기에서 VX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현지 경찰은 또 김정남에게 VX 공격을 가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국적 여성 용의자들이 머물던 호텔 방도 조사했지만, 역시 VX는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키 마사아키(岩城征昭) 전 일본 육상자위대 화학 학교 교장은 NHK와 인터뷰에서 “VX를 합성하려면 독가스로부터 몸을 지킬 방호복과 외부를 깨끗하게 유지할 특수시설이 필요하다”며 이 콘도에서 VX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VX를 합성하려면 마지막 단계에서 열을 가해야 한다는 점도 아파트에서 VX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에 힘을 실어준다고 그는 설명했다.

따라서 범인들이 VX를 외부에서 반입했을 가능성이 크며, 국제적으로 거래가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특수한 경로를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조약으로 VX의 반입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반입에는) 특수한 루트가 필요하다”며 “외교행낭같이 국가가 관여한 외교 루트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신경작용제인 VX와 GB(사린), GD(소만), 수포작용제인 루이사이트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화학탄도 제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북한은 과거에도 주재국 정부나 제3국이 들여다볼 수 없도록 국제법으로 보장된 외교행낭을 마약, 위조지폐, 국제거래가 금지된 동물 뼈 등을 밀수하는 데 사용한 전력이 있으므로 이번에도 외교행낭을 범죄 수단으로 악용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지 경찰 수사를 통해 북한대사관 직원 등이 이번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외교행낭을 통한 VX 반입 사실까지 드러나면 김정남 독살에 북한이 국가적으로 개입했음이 드러나게 된다.

한 현지 소식통은 “현지에서 VX 제조가 불가능하다면 외부에서 반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용의자들이 외교행낭은 현지 정부가 들여다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VX 반입경로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 당국도 김정남 암살 사건이 발생한 지난 13일 이전, 특히 북한 용의자들이 입국했던 시점 등을 중심으로 반입된 북한 외교 행낭 목록을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행낭은 외교적으로 치외법권적인 성격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협조가 없다면 말레이 당국으로선 관련 수사를 진척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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