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말레이 ‘벼랑끝’ 치닫나…김정남 암살사건 외교갈등 증폭

北-말레이 ‘벼랑끝’ 치닫나…김정남 암살사건 외교갈등 증폭

입력 2017-02-20 16:18
수정 2017-02-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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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외교부, 북한대사 초치 이어 평양 자국대사 본국송환 ‘강수’北 ‘수사방해’·주권침해에 강경대응…평양도피 용의자 송환 놓고 대립 가능성

김정남 암살사건이 40년 넘게 우호 관계를 지속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를 갈라놓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건을 하루빨리 덮으려는 듯 말레이시아 법규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외교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건 처리를 놓고 양국이 예측하기 어려운 대립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20일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초치한 데 이어 평양에 있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했다.

강 대사의 말레이시아 주권침해 언행이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

강 대사는 17일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 “말레이시아가 우리 허락 없이 (김정남 시신 부검을) 강행했다”면서 “이는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무시하는 행위로 인권 침해이며 우리 시민에 대한 법적 권리의 제한”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우리가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부검결과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말레이시아가 우리를 해하려는 세력과 결탁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말레이시아를 모독하고 주권을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강 대사를 소환한 것은 일반적인 외교적 항의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조치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외교부가 북한의 자국 대사까지 송환하는 예상 밖의 ‘강수’를 두자 김정남 피살사건을 둘러싼 북한과의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이날 오전 강 대사를 소환, 면담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비판하는 내용의 관련 보도자료를 신속하게 배포했다.

외교부는 ”강 대사의 비판이 근거가 없다“며 말레이시아 법규에 따른 사건 수사와 김정남 시신의 가족 인계 원칙을 재확인했다. 근거 없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강 대사가 면담을 마친 뒤 자신의 전용 대사관 승용차를 타고 외교부 건물을 나설 때 취재진이 둘러싸고 질문을 던졌지만 아무런 대꾸도 없었으며 운전자가 거칠게 차는 모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한 외교관은 ”해외에 있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송환하는 것이 강력한 항의의 표시로, 상대국을 격하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의 본국 송환은 북한대사관의 ‘월권’ 행위에 대한 항의 이외에 더 큰 갈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주 말레이시아 경찰의 김정남 시신 부검 강행 등을 이유로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 입장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이 나올만할 일이다.

특히 북한으로 이미 도주한 것으로 알려진 김정남 암살 용의자 4명의 신병 확보 문제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김정남 암살사건의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이 범행 직후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를 경유해 평양에 갔다고 보도했다.

김정남 살해 용의자 가운데 말레이시아 경찰에 체포된 유일한 북한 국적자 리정철이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으로 도피한 용의자들이 주범으로, 신병 확보가 사건 실체와 배후 확인의 관건인 상황이다.

따라서 말레이시아가 이들 용의자의 송환을 요구하거나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워 양국의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 김정남 시신 처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1973년 국교를 수립한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관계를 최대 위기에 빠뜨리는 ‘벼랑 끝’ 상황까지 전개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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