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암살 스프레이건, “소련 KGB의 것과 유사” 지적 나와

김정남 암살 스프레이건, “소련 KGB의 것과 유사” 지적 나와

입력 2017-02-20 13:42
수정 2017-02-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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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간첩, 1959년 우크라 망명지도자 암살에 청산염가스 스프레이건 사용

김정남 암살 사건이 1950년대말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가 실행한 독극물 암살사건과 유사하다는데 군사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시신에 대한 첫 부검에서 사인을 규명치 못했던 이유가 당시 소련의 암살작전처럼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고안된 독극물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59년 10월 15일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지도자로 독일에 망명해 있던 스테판 반데라가 뮌헨 자택 앞에서 신문을 집어 들다 한 괴한이 뿌린 스프레이를 들이마시고 쓰러진 뒤 곧바로 숨을 거뒀다. 독극물은 몇분 지나지 않아 증발해버렸고 반데라의 외견상 사인은 고혈압에 의한 심장마비와 유사했다.

하지만 2년여 뒤인 1961년 11월 독일 사법당국은 반데라가 당시 니키타 흐루시초프 서기장의 지시로 당시 29세의 KGB 요원 보그단 스타친스키이 실행한 암살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KGB는 1957년부터 스타친스키에게 청산염 가스를 내뿜는 스프레이 건을 사용해 요인을 암살하는 법을 훈련시켰다. 이 독가스는 심장 발작을 초래해 피살 대상이 마치 심장마비로 자연사한 것처럼 고안된 무기였다.

이 스프레이 건은 1957년 10월 스타친스키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작가 레프 레벳을 뮌헨에서 암살하는데도 사용됐다. 반데라에겐 개량된 독극물이 사용됐다.

독일 슈피겔지는 지난 2011년 3월 미국과 소련 첩보원들이 냉전 당시 사용한 살상무기를 소개하며 당시 양심의 가책을 느낀 스타친스키가 자신이 소련에서 훈련을 받고 독일에 밀파된 고정간첩이라고 자백하며 독극물 스프레이 무기가 처음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캐나다 칸와(韓和)디펜스리뷰의 군사전문가인 핑커푸(平可夫)도 말레이시아 중문매체 중국보(中國報)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암살작전이 반데라 암살 당시 사용된 스프레이 건과 유사한데 주목했다.

그는 “이번 암살작전이 주도면밀한 계획에 의해 김일성 일가의 심장병 병력까지 살펴 이뤄진 것처럼 보인다”며 “김정남이 공항 밖에서 암살됐다면 의사들이 심장발작, 또는 자연사망이라고 진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정남의 시신을 재부검하더라도 어떤 독극물 흔적도 검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장마비로 보이도록 완전 범죄를 노렸으나 여성 조력자들의 허술한 대처 등으로 결국 북한이 배후로 드러나게 됐다는 셈이다.

김정남 시신을 부검했던 말레이시아 법의학자가 당초 김정남이 이상증세를 보인 뒤 사망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에 주목해 심장마비나 저혈당 쇼크 같은 자연사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된다는 주장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핑커푸는 독극물을 이용한 암살작전에서 가장 복잡한 문제는 암살자의 안전 보장이라며 보통 암살 실행 전후에 반드시 해독약을 삼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타친스키 역시 반데라에게 스프레이 건을 발사한 뒤 해독제가 든 병을 깨고는 손수건에 해독제를 적셔 코로 흡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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