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김정남 세째 부인 서영라 주변에선 경비 여전
말레이시아 당국이 19일 김정남 피살 사건과 관련해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에게 시신 인도 우선권을 주겠다”고 밝힌 가운데 숨진 김씨의 자녀인 한솔·솔희, 그리고 둘째부인 이혜경씨가 사는 마카오 거처에 경찰 경비가 사라져 주목된다.주변에서는 중국 당국이 신변 보호를 위해 이들을 본토로 이송했다는 관측이 나오는가하면 이들이 시신 인도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연합뉴스 기자가 한솔·솔희 남매 거처를 찾았을 때 이전과는 달리 그 주변을 지키는 경찰을 발견할 수 없었다.
기자가 지난 15일 방문했을 때 아파트 부근에 경찰관이 보였고 아파트 경비원이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지만, 이날 방문했을 때는 아파트 건물 정문이 열려 있었고 경비원도 보이지 않았다.
이 씨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 최상층의 주택은 문이 굳게 잠겨 있었으며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최상층에 북한 여성이 사는 것으로 알지만, 최근에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거처에 대해 현지 방송사인 MSA TV(澳亞衛視)는 등기자료를 확인한 결과 구매자가 ‘이혜경(LI HAE GYENG)’이라고 적혀 있었으며, 작년 크리스마스 때 이씨가 자녀와 함께 출입하는 것이 이웃 주민에게 목격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씨가 한때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타이파섬 아파트에서도 경찰이 보이지 않았다.
이씨는 한솔·솔희 남매가 다닌 연국(聯國)국제학교와 가까운 이 아파트에서 몇년 전까지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교민들은 이 아파트에 교민이 많이 살고 있지만, 몇 년째 이씨를 본 적이 없다며 오래전 이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10년 전 3년 이상 거주한 것으로 알려진 콜로안 섬의 빌라도 인적이 없었으며 순찰 경찰관이 보이지 않았다.
이씨 거처와는 달리 김정남의 세째 부인으로 알려진 서영라씨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마카오 해양화원(海洋花園) 주거단지 내 한 한 아파트 앞 인도에서는 4∼6명의 경찰관이 순찰하는 모습이 보였다.
도로에는 경찰차 2∼3대가 오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기자가 현장 사진을 촬영하자 여러 명의 경찰관이 몰려와 여권과 기자증 제출을 요구한 뒤 사진 삭제를 당부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 경찰관은 며칠 전 상부 지시에 따라 순찰을 개시했다면서도, 순찰 목적 등은 언급을 피했다.
이 경찰관은 이씨가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타이파섬 아파트에 대한 순찰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교민은 “서씨는 2001년 김씨 첫째 부인 신정희씨와 일본을 방문한 적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씨와도 사이 좋은 것으로 안다”며 “마카오 경찰이 보안 편의상 함께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중국 당국이 이른바 ‘백두혈통의 장손’인 한솔 군과 어머니 이 씨를 마카오 내 중국 기관 등에 별도 보호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이씨 모자를 보호하고 있으며 은밀하게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며 “마카오 당국이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이씨 모자를 별도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이혜경씨가 남편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남편의 시신 인도를 위해 중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했는 가하면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에 호응했다는 점에서 이들 가족의 말레이시아로 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매체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FMT)는 지난 16일 자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혜경이 김정남의 시신을 받을 수 있도록 말레이시아 주재 중국 대사관을 접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 말레이 간 외교 갈등으로 실랑이가 벌어진 김정남 시신 인도 문제에 대해서는 “유가족에게 우선권이 있다. 다만 김정남 가족이 시신을 받으려면 직접 와야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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