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70년, 170년을 향한 ‘워싱턴 선언’/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기고] 새로운 70년, 170년을 향한 ‘워싱턴 선언’/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입력 2023-05-02 01:46
수정 2023-05-02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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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이호령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은 70년 전 한미동맹이 시작됐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것으로 전환기 시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반도 평화 및 안정에 대한 최초의 워싱턴 선언은 6·25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되던 날 함께 발표됐다.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정전협정 서명이 이뤄졌을 때 같은 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16개 유엔 참전국이 ‘유엔원칙에 반하는 무력공격 재발 시 단결해 즉각 대항한다’는 ‘워싱턴 선언문’을 채택했다. 1954년 11월 한미 동맹조약 발효 후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에게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워싱턴 선언의 중요성을 알리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그는 미국은 공산당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독립과 안정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고 이를 위한 핵심적인 2개의 장치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워싱턴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올해, 한미동맹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다.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안보·경제·기술·문화·정보동맹 등 다섯 개 분야의 협력을 확대시켰고, 이들 분야 간 상호 시너지와 동맹의 회복 탄력성을 통해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으로 나가고 있다.

더욱이 이번 회담을 통해 정상 차원에서 최초로 확장억제 공약을 문서화한 워싱턴 선언은 앞으로의 70년, 170년을 향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높였다.

첫째, 한미는 핵억제 관련 동맹국인 한국의 목소리와 통찰력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핵·전략 기획을 위한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했다. 이는 1966년 미소 냉전체제 시절 창설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NPG)과는 구별된다. NPG는 30개국이 참여하지만 NCG는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양자 협의체다.

둘째, 나토의 NPG는 1970년 핵확산방지조약(NPT)이 발효되기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NPT 체제 이후 미국이 NPT 회원 국가와 NCG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한미의 NCG는 나토의 NPG를 모델로 하되 회원국으로서 NPT 체제 준수와 북한 핵위협에 대한 현실적인 최선의 대응체제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유사시 미국의 핵운용 작전에 한국의 재래식 지원의 공동기획, 실행 협력, 연합훈련 향상 등이 이뤄짐으로써 한미가 함께하는 ‘한국형 확장억제’ 구체화를 통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강화시켰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핵 3축 중 은밀성과 생존성이 가장 높은 전략핵잠수함의 기항 예고는 북한이 핵무력정책법을 통해 밝힌 핵무기의 제2사명에 대한 한미동맹의 명확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규범에 기반한 현 국제질서를 수정하려는 중국, 러시아, 북한이 워싱턴 선언에 민감하게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워싱턴 선언이 그들의 전략적 셈법에 새로운 억제력 강화 조치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2023-05-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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