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청년이 ‘안심’할 수 있는 집

[세종로의 아침] 청년이 ‘안심’할 수 있는 집

이범수 기자
이범수 기자
입력 2026-09-11 00:19
수정 2026-09-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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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비 부담 갈수록 커져
싼 집·좋은 집 함께 찾기 어려워
공급 확대만큼 ‘부담 완화’ 중요
청년이 안심하는 집 만들어야

“곰팡이가 너무 심해서 폐병 걸리겠다는 말까지 나와요. 그런데도 기숙사에서 나올 수가 없어요.”

서울의 한 대학에 다니는 A씨가 전한 기숙사 사정이다. 건물 곳곳에 핀 곰팡이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은 답답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많은 사업비가 필요해 당장 고치기 어렵다는 것. 그렇다고 짐을 싸서 밖으로 나오기도 어렵다.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을 갖춘 매물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B씨는 한 달짜리 과제를 진행하면서 잠시 머물 곳이 필요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그는 “원래 그러면 안 되지만 여러 명이 한집에 살아본 적도 있다”며 멋쩍게 웃었다. 최근까지 대학가 인근 오피스텔에 살았던 20대 청년 C씨도 “대학생들 대부분 수입이 없어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주거비를 충당해야 하는데, 대학가 월세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지난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을 분석한 결과 평균 월세는 62만 5000원으로 1년 전보다 7.7% 올랐다. 평균 관리비도 8만 4000원으로 10.9% 상승했다.

세 청년이 처한 상황은 조금씩 달랐지만 고민은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다. 싼 집을 찾으면 주거 환경이 아쉽고, 괜찮은 집을 찾으면 가격이 부담스럽다. 청년에게 집을 고르는 일이 ‘어디에서 살까’가 아니라 ‘무엇을 포기할까’를 정하는 일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정책의 지원을 받는 주택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하지만 ‘청년을 위해 공급하는 집’이 곧 ‘청년이 감당할 수 있는 집’인 것은 아니다. 300가구가 넘는 청년안심주택이 역 주변에 들어서자 한 청년은 “생긴 건 정말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청년안심주택도 너무 비싸다”고 했다. 이곳의 공공지원민간임대 청년 일반공급 20㎡형(약 6평)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41만원이다. 전용면적이 33㎡(약 10평)로 넓어지면 보증금은 1억 7000만원, 월세는 62만원까지 올라간다. 여기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서울 역세권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청년이 감당해야 할 주거비 부담은 만만치 않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공공임대는 입주 경쟁이 치열하다. 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의 30~70%로 공급되지만, 올해 청년안심주택 공공임대 1차 모집 경쟁률은 평균 105대 1이었다. 공공지원민간임대는 특별공급이 시세의 75%, 일반공급이 85% 수준이다. 공공지원민간임대에는 가격이라는 문턱이, 공공임대에는 경쟁이라는 문턱이 놓여 있는 셈이다.

서울시도 청년 주거난을 덜기 위해 공급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은 구로구 개봉동 청년안심주택을 찾아 “청년이 서울을 떠나는 이유가 집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청년안심주택 사업 대상인 역세권 범위를 반경 250m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500m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만 7500가구를 추가 준공해 누적 약 4만 6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다.

관건은 4만 6000가구라는 공급 목표를 계획대로 채울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 민간 참여를 끌어내는 게 필수다. 청년안심주택은 민간사업자의 주택 건설에 공공이 각종 지원을 더하는 방식이어서 사업성이 떨어지면 신규 공급을 확보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요새 민간이 잘 안 들어온다”, “사업성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가 공공기여율 완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몇 가구를 계획했느냐보다 몇 가구가 실제 공급됐는지, ‘시세보다 싸다’는 것보다 청년이 실제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민간이 참여할 유인은 높이면서 청년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을 낮출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 정도면 나도 들어가 살 수 있겠다.” 청년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올 수 있어야 비로소 ‘청년안심주택’의 안심이 완성될 것이다.

이범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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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수 사회2부 기자
이범수 사회2부 기자
2026-09-1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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