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세종 자족도시, 역발상 전환 필요/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세종 자족도시, 역발상 전환 필요/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류찬희 기자
입력 2016-03-30 17:52
수정 2016-03-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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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중앙정부기관을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로 이전하기 시작한 지 3년 넘게 흘렀다. 대부분의 정부기관·연구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나머지 행정기관의 추가 이전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청사 이전 초기 부족했던 주택이나 상업시설 등은 이제 과잉공급을 걱정할 정도다.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기반시설도 속속 들어서 행복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본다. 겉으로 보아서는 제법 도시가 형성돼 가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도시의 자족기능을 따진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이렇다 할 기업도 들어오지 않았고, 대학이나 민간 연구소 유치도 지지부진하다. 스스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조건을 갖춘 도시를 자족도시라고 한다. 자족도시 조성은 도시기반시설 구축, 적정 인구 유입, 지속적인 생산·소비시설 입주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를 자족 기능을 갖춘 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시설 유치가 시급하다. 생산시설은 정주 인구 증가와 생산·소비활동이 동시에 도시 안에서 이뤄지게 하는 기반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오송 바이오밸리 등과 연계해 벤처기업 등을 적극 유치해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키우겠다는 계획만으로는 한계가 따른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 유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제조업 유치는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다. 행복도시건설청이나 세종시가 열심히 뛰고 있지만 아직은 성적이 초라하다. 획기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한 기업유치는 결코 쉽지 않다. 수도권과 비교해 아직은 척박한 땅이다. 거리가 멀고 기술인력 확보도 원활치 않아 기업 유치가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발상의 전환이 따르지 않는 한 대기업 유치가 어렵고, 자족기능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어떤 방안이 있을까. 제조업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기업에 최대한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업에 공장 부지를 장기간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이 있다. 물론 조건을 달아야 한다. 첨단 무공해 산업 제조업으로서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시설과 자본을 투자하도록 하면 된다.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개발 당시 삼성전자에 55만 1000㎡에 이르는 땅을 원형지 형태로 저렴하게 공급한 것이 좋은 예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런 논리라면 기업도시·혁신도시 건설지역,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곳이 모두 특혜다. 정부가 이들 지역에 기업 유치를 위해 갖가지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나름 이유가 있다.

행복도시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미 어마어마한 재정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수십조원을 더 투자한다. 행정 비효율 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지만 지금은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되돌릴 수 없는 사업이라면 제대로 된 도시를 만드는 것 또한 국가 책무다.

개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앵커기업 유치전을 펼쳐야 한다. 주택공급 목표 등 도시개발계획도 현실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기존 방식의 도시개발로는 자족도시를 만들 수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

chani@seoul.co.kr
2016-03-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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