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한국 남자골프, 올림픽이 기회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한국 남자골프, 올림픽이 기회다/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최병규 기자
입력 2016-02-03 18:08
수정 2016-02-0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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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2016년 필드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말 겨우 20살밖에 안 된 김시우가 미국남자프로골프(PGA) 투어 두 대회 연속 ‘톱5’ 순위 안의 성적을 내더니,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에는 같은 나이의 김효주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을, 46세의 베테랑 최경주가 준우승을 알려 왔다.

새해 초반부터 한국 남녀 골프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골프투어 정상권에 선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한국 여자골프는 이미 LPGA 투어를 쥐락펴락하고 있는 터라 더이상 놀랄 일은 아니지만 침체기인 남자골프의 선전이라 반갑기만 하다.

특히 한국 남자골프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최경주의 준우승에는 할 말이 많다.

그는 미디어를 만날 때면 으레 언론이 삼키기에 좋을 만한 ‘떡 하나’를 들고 나온다. “돋보기는 한 군데만 집중해야 불을 피울 수 있다”거나 “방귀가 잦으니 X이 나오더라” 등 투박한 말이지만 몇 개월에 한 번 만나는 기자들에게 성의를 다해 준비한다. 이번 파머스 인슈어런스 대회에서도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뒤 “마음이 들뜨니 샷도 덩달아 들뜨더라”며 촌철살인의 귀재다운 한마디를 남겼다.

최경주는 우승컵 대신 ‘최고 아빠상’을 품에 안았다. 편의점에서 단 1달러를 주고 산 트로피였지만 가족이 남편과 아버지를 위해 직접 준비한, 더 크고 귀한 상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우승은 못 했지만 아무나 받지 못하는 최고의 가족상을 받았다”는 찡한 글도 남겼다.

그에게 남은 건 가족과 명예를 지키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골프 인생 마지막 목표를 올림픽 메달로 잡았다. 최근 올림픽 대표팀 남자 코치로 선임됐지만 지금도 ‘선수로서 올림픽 나서고 싶다’는 욕심에는 변함이 없다. 세계 랭킹도 대폭 끌어올려 단 두 명밖에 안 되는 올림픽 출전 쿼터도 넘보고 있다. 선수로서 최경주의 올림픽 출전은 낙관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의 선전을 자꾸 들먹이는 건 그의 존재감이 주는 ‘파급효과’ 때문이다.

오랜 침체에 빠져 이젠 암흑기마저 겪고 있다는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KPGA)의 수장이 언론인 출신인 양휘부(73)씨로 바뀐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선수회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단독출마 끝에 협회장 자리에 앉았지만 진통도 적지 않았다. 이를 의식한 듯 지금도 말을 아끼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취임 인터뷰도 사양하겠다”는 것이 측근의 전언이고 보면 대단한 각오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현재 곤란한 지경의 KPGA가 단번에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112년 만에 골프가 올림픽 무대에 오를 리우대회까지가 ‘데드라인’인 건 분명해 보인다. 남자골프에 대한 잠재적 응원이 무르익은 데다 새해 초반 코리안 브라더스의 활약이 관심과 흥행에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멍석은 깔린 셈이다. 그다음 KPGA가 던질 윷패가 궁금하기만 하다.

cbk91065@seoul.co.kr
2016-02-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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