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거짓말처럼’ 알파인경기장/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거짓말처럼’ 알파인경기장/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임병선 기자
입력 2016-01-20 23:54
수정 2016-01-2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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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임병선 체육부 선임기자
한 달 남짓 만에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오르내린 20일 산 깊고 물 깊은 강원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활강)경기장을 찾았다. 아침 출근시간대 서울 성동구를 출발했는데 3시간 만에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졌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경기장 들머리까지 도로 확장과 터널 공사가 마무리되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14년 6월 지인들과 함께 산행했던 가리왕산 중봉 자락에 마련된 국내 최초의 알파인경기장에서는 10여대의 제설기가 쉴 새 없이 인공눈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곳 알파인경기장에서는 평창대회를 앞두고 열릴 테스트 이벤트 가운데 가장 먼저 테이프를 끊는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월드컵대회가 다음달 6일과 7일 펼쳐진다. 지난달만 해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많은 우려를 낳았다. 비가 자주 내리고 강풍이 잦아 선수와 대회 요원들을 실어 나를 곤돌라 설치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달 중순 곤돌라 타워 공사에 착수한 뒤 밤낮없이 작업해 상부와 중간, 하부 승·하차장과 정거장, 3.7㎞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설치를 거의 마무리하고 이날도 시험운전이 한창이었다. 또 상단부와 슬로프, 피니시 구역 등 대다수 임시 시설 설치도 끝났고, 조직위 운영 사무실도 벌써 문을 열었다.

제설기를 열심히 가동한 결과 지난 13일 현재 FIS가 요구하는 눈 높이 1.2m를 넘어섰다. 조양호 조직위원장이 한진그룹 일을 제쳐 놓고 독려한 덕분이었다. 특히 FIS에서 요구하지 않았던 연습코스 조성도 22%나 이뤄져 FIS 실사단을 흡족하게 했다. 실사단을 이끈 군터 후아라 FIS 기술고문은 전날부터 이틀 동안 경기장 코스와 곤돌라, 대회 운영인력, 지원시설과 A네트 등 안전시설, 부대시설 등을 점검해 이날 월드컵 대회 개최를 공식 승인했다. 조직위는 22일 문화체육관광부, 강원도와 함께 개장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산행이 가능한 날씨도 아니어서 승용차로 오르내리며 경기장을 돌아봤다. 대회 개막까지 보름 넘게 남았으니 손 볼 구석이 많아 보였다.

1년 7개월 전 지인 여섯과 함께 팔을 벌려 에워싸야 했던 큼지막한 주목은 잘 있을까? 함박꽃, 꿩의다리, 박새 등이 피어나고 산새들이 지저귀었던 중봉 일대 숲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장구목이를 들머리 삼아 중봉을 거쳐 정상까지 올랐다가 숙암분교로 하산해 그곳 운동장에서 이른 저녁을 함께했던 기억도 벌써 아련해졌다.

산과 숲을 사랑하는 체육 기자로서 평창대회와 관련해 매우 난감한 딜레마를 절감한다. 대회 성공을 위해 자연을 어느 정도 훼손하도록 용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영국 여행가 제이 그리피스는 ‘세상에는 두 가지 진영, 생명을 구하는 진영과 생명을 짓밟는 진영이 있을 뿐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진영을 선택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어중간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인데 평창대회를 준비하고 치르는 내내 묵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bsnim@seoul.co.kr
2016-01-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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