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은, 3년 만에 경영에서 손 떼
“세 자매, 의결권 통합 협약” 주장
구미현 상대 계약 위반 소송할 듯
법원 인정 땐 위약금 최대 1200억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구지은 부회장의 대표이사 임기는 이날까지다. 2021년 6월 취임한 지 3년 만에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지난 4월과 지난달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이 불발됐다.
반면 장녀 구미현씨와 그의 남편 이영열(69) 전 한양대 의대 교수, 구 전 부회장의 장남 구재모(30)씨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구미현씨가 “대표이사에 오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새 대표이사로 유력한 상황이다. 구씨는 가정주부로 지내왔으며 아워홈 경영에 참여한 적은 없다.
경영진이 또다시 바뀐 배경은 남매의 지분이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2000년 LG유통 식품서비스부문이 분리 독립해 탄생한 아워홈은 구 전 부회장 38.56%, 구미현씨 19.28%, 차녀 구명진(60) 전 캘리스코 대표 19.60%, 막내 구 부회장 20.67% 등으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2021년 보복운전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자 구 부회장은 언니들과 연합해 오빠를 경영 일선에서 퇴출시키고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구씨가 이번엔 오빠 편을 들면서 막내의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했다.
아워홈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매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구 전 부회장과 구씨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57.84%에 이른다. 아워홈의 지분은 이사회 승인 없이 제3자에게 매각하기 어려운데, 이사회를 구본성·미현 남매가 장악한 만큼 대표이사 선임 후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 부회장이 언니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구 전 부회장을 퇴출할 2021년 당시 구미현·명진·지은 세 자매는 의결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는데, 미현씨가 이번에 오빠 편에 선 것은 협약 위반이란 것이다. 위반 시엔 위약금으로 다른 주주에게 각 3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씨가 두 번의 주총에서 이를 어겼다고 인정된다면 최대 1200억원의 위약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구 부회장이 구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 경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매각 작업도 중단될 수 있다.
2024-06-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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