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농가 살리고, 소비자 웃고

‘못난이 농산물’ 농가 살리고, 소비자 웃고

박은서 기자
박은서 기자
입력 2024-05-14 04:01
수정 2024-05-1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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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실속 소비 수요 껑충

이마트 ‘보조개 사과’ 매출 92%↑
롯데마트, 입고 첫날 90%나 팔아
마켓컬리, 10개월 만에 판매량 2배

“농가 소득 늘리는 데도 도움” 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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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안산점에서 상생 양배추와 무를 팔고 있는 모습. 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안산점에서 상생 양배추와 무를 팔고 있는 모습.
롯데마트 제공
“비싸고 좋은 상품만 고집하던 강남 상권에서도 실속 채소가 잘 팔릴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양배추 등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류는 물론 참외와 방울토마토도 전년보다 가격이 크게 뛰면서 유통업계에서는 경쟁적으로 일명 ‘못난이 과일·채소’를 특가로 내놓으며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외관상 흠이 있거나 모양이 투박해 규격 상품으로 출고되진 못했지만 품질과 신선도엔 이상이 없는 상품을 저렴하게 팔기 위해서다. 밥상 물가가 오르자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고객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13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보조개 사과’(6~14입)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5% 늘었다. 보조개 사과는 신선도와 당분으로는 일반 상품과 동일하지만 크기가 작거나 표면에 흠이 난 모양이 보조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지난 3월 이마트는 일반 상품보다 약 40% 저렴한 1만원 초반대에 보조개 사과를 팔았는데 준비한 물량 250t이 일주일 만에 동이 났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매장에서도 같은 상품을 팔았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430% 늘었다.

롯데마트도 지난 9~12일 양배추 1통 2990원, 무 1개 990원 등 시중보다 30% 저렴하게 판매했다. 크기가 작거나 흠집이 있는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 가격을 낮춘 것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월부터 제주, 무안 등에서 양배추 2만통과 무 5만개를 확보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첫날에만 입고량의 90%가 팔렸고 4일간의 양배추 매출도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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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식품관 킴스클럽 신구로점에서 운영 중인 ‘쓸어담는 실속채소’ 매대 모습. 이랜드리테일 제공
NC식품관 킴스클럽 신구로점에서 운영 중인 ‘쓸어담는 실속채소’ 매대 모습.
이랜드리테일 제공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킴스클럽은 지난해 5월 아예 못난이 채소만을 모아 파는 ‘쓸어담는 실속채소’ 코너를 차렸다. 양파 300원, 감자 800원, 오이 800원 등 가격을 크게 낮추고 낱개로 판매한다. 실속 채소의 인기 덕에 올해 1분기(1~3월) 해당 채소류 매출은 전년 대비 36% 성장했다. 이랜드킴스클럽 관계자는 “신선하다면 채소나 과일도 모양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중시하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킴스클럽은 2013년부터 못난이 사과(1.6kg)를 9900원에 판매 중인데 올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50% 늘었다. 경북 영주에 사과 전용 저장센터를 직접 운영 중인 데다 지난해 10월 사과 비축 물량을 전년보다 늘리기로 한 덕에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새벽배송 업체인 마켓컬리도 지난해 6월 못난이 채소 브랜드인 ‘제각각’을 론칭하고 가지·상추·오이 등 18종의 상품을 시중가 대비 30% 저렴하게 팔고 있다. 출시 10개월 만에 판매량이 2배 늘었다. 홈플러스도 ‘맛난이 농산물’이란 이름으로 규격 외 상품을 팔고 있다.

대형 마트가 못난이 과일과 채소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농가 입장에서도 제값을 못 받는 못난이 농산물을 유통업체에 납품하면 소득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이점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못난이 채소의 품질 저하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았다”면서 “사과 흉작과 농산물 가격 급등이 나타나자 지난해 말부터 B급 상품도 최대한 수급하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2024-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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